'투표로 밝히는 온 동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캐치프레이즈다. 우리의 생활에 온기를 더하는 빛, 아이들의 미래를 온전하게 밝히는 빛, 노후의 행복을 온화하게 비추는 빛이라는 정책선거 광고 문구처럼, 투표는 우리 모두를 위한 도시의 불을 밝히는 빛이 되는 일이다.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 온 동네가 환하게 밝혀졌으면 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소망이 아닐까 싶다. 

 특별히 이번 지방선거에 유권자들의 기대가 큰 이유는 또 있다. 지난 2년이 우리 모두에게 녹록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팬데믹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 구조에 내재해 있던 틈을 드러냈고,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지속가능성에 큰 흠결이 있음을 경험하게 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저출생과 고령화, 경제 저성장과 노동의 문제,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 공동체와 민주주의의 위기 등이 늘 코앞에 닥친 거대한 위협요인이라고 이야기만 해왔지, 장기적인 해법 운운하며 정치적 결정을 미뤄온 결과가 어떻게 현재의 현실적 문제로 다가오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아마도 유권자들은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갑자기 찾아올 또 다른 모습의 팬데믹으로부터 안전하고 회복력있는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그 해법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6.1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시선은 냉랭한 것 같다. '정당이 주인인 지방선거 유감'이라는 원주투데이 사설은 이런 차가운 시선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야무지게 짚어주고 있다. 요지는 사설의 제목처럼 지방자치의 주인이 주민인지 정당인지도 알 수 없게 만드는 이런 식의 지방선거로는 지방자치는 물론, 도시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충분히 공감되는 대목이다. 대선 직후에 치루는 선거인지라 중앙정치의 격랑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선과 지방선거는 엄연히 다른 성격의 선거가 아닌가. 그럼에도 보다 나은 사회와 좋은 삶, 혹은 지방자치를 잘 이끌어 갈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온데간데없이 마치 대선의 연장전을 치루는 느낌만 든다. 정말 개운치가 않다. 

 곱씹어보면 지방자치는 분권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균형발전과 주민자치를 실현하자며 시작했다. 또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지방선거를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방선거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보다는 정당 평가 선거로 변질되고, 청년 정치는 국면전환용 들러리로 소비되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자기 사람 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게 되면 이제 만개할 수 있는 꽃은 아닌 듯하다.

 이쯤되면 우리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시민의 좋은 삶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방자치와 지방선거의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사실 지방선거 제도에 대한 개혁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에서부터 중대선거구제 도입, 지역정당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고, 시민사회에서부터 지방의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태 바뀐 것은 없다. 이 책임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버틴 정치권의 몫이라면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사회를 위한 정책과 좋은 리더를 선택하는 풀뿌리 선거가 실종되면, 오롯이 그 피해는 시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시대의 민주주의는 형식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만으로 달성되지 않고, 결국 시민이 성숙해야 완성될 수 있다. 선거가 진행 중인 지금, 절대 가볍지 않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 무게를 찾기 위해서는 당장에는 시민, 유권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공약과 인물을 살펴보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지방자치는 튼튼해질 것이고, 우리의 도시는 환하게 밝아지며 나의 삶이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분명히 알고 있다. 현명한 유권자가 도시의 불을 환하게 밝히는 빛이라는 사실을.

 혹시라도 똑똑해지고 싶은 유권자를 위한 친절한 투표설명서가 필요한 독자가 있으시다면 '올바른 선택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목으로 실린 원주투데이 지난주 사설의 필독을 권한다. 설명서에 담긴 내용을 숙지하고 나면 투표소로 향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제현수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