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열린 '제8대 원주시장후보 토론회' 구자열(왼쪽), 원강수 후보

구자열: 농촌활경제활성화위원회 설치
원강수: 도농상생 위한 농업예산 편성

편집자주: 원주시 농업인구의 71%(2019년)는 60세 이상의 고령농이다. 이 때문에  20년 후엔 들녘에서 농사짓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농가 수입은 제자리인데 자재비는 솟구쳐 농가 부담도 증대된 상태다. 한 마디로 농업은 매력 없는 산업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농업을 포기하면 식량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농업은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안심 먹거리를 생산하는 주된 수단이다. 돈이 안 된다고 함부로 내팽개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5일, 6·1지방선거에 나선 시장 후보들이 우리 농업·농촌의 현주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파악할 기회가 있었다. 원주시농업인단체연합회가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제8대 원주시장후보 토론회'를 개최한 것. 각 후보가 네거티브 없이 진지하게 원주 농정을 이야기했다.

원주농업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보는가?
원강수: 원주는 도농복합도시이다. 도시와 농촌이 합쳐져 있다. 적절한 예산 배분을 통해서 도시와 농촌이 공생하는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미흡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늘 그랬듯 농촌은 균형 있는 예산편성에서 항상 소외되어 있다. 농업인구가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할 정도면 대대적인 예산 투입이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 원주시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도농상생을 목표로 획기적인 예산 배정을 추진하겠다.

구자열: 어르신들 만나서 "자녀들에게 농사지으라고 권하시냐' 여쭤보면 모두가 "절대 안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게 현실이다. 장사나 기업 하시는 분들은 가업을 승계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농촌은 다르다. 이 문제는 경제와 연관이 깊다. 철학이나 가치관은 차차 하더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농업농촌의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 농촌에는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 농사짓는 분위기를 만들고 장기적 관점에서 청년 농업인을 육성해야 한다.

도농복합도시 측면에서 우리 농촌의 단점은 무엇인가?
구자열: 단점도 있지만 잘하는 것이 더 많다. 농업인 새벽시장이 대표적 예다. 원주기업도시 주민들은 문막, 부론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 먹길 원한다. 농업인 새벽시장이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농업은 미래 안보, 생명, 경제와 직결되어 있어서 정부나 지자체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원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원주에서 소비되는 자급자족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군부대나 기업에 지역 농산물을 확대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겠다. 

원강수: 원주는 접근성이 좋아 수도권 시민들이 많이 내려온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관계자의 80% 이상도 원주에서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다. 귀농·귀촌 의향이 많아 여건을 잘 갖추면 인구가 크게 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원주시는 핀트가 맞지 않는 정책을 펴왔다. 예를 들어 영월·횡성은 주민이 원하면 산 중턱까지 길을 만들어 준다. 원주시는 이런 요구가 있을 때 조건을 많이 따진다. 시에서 길을 내주면 다른 이도 들어올 수 있고 결국에는 촌락이 형성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시장이 되면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일에 집중하겠다. 

농촌 정주여건 확충과 인구 유입 묘책은?
원강수: 5도 2촌. 닷새는 도시에서 살고 이틀은 농촌에서 활동하는 패턴이 정착됐다. 최근엔 4도 3촌이라는 말도 나온다. 도시에 사는 많은 이들이 원주로 내려와 정착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을 확실하게 원주시민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농촌에는 정주 여건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예산을 투입해도 비효율적이고 효과도 잘 나지 않는다. 저는 청년마을 조성과 같은 사업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겠다. 농촌 유휴시설에 최첨단 업무 환경을 갖춰 청년들이 이곳에 정착하도록 유도하겠다. 또한, 현 정책자금으로는 청년들이 농지를 구입하기 힘들다. 3~5명의 청년이 영농법인을 조직해 농촌에 정착하도록 유도하겠다. 

구자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귀농·귀촌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이분들이 지역주민과 어울릴 수 있도록 분위기도 만들어줘야 한다. 의료 환경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도시 사람들이 농촌을 꺼리는 이유가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는 시스템을 농촌에 구축하겠다.

교통 문제도 해결할 것이 많다. 시장이 되면 즉시 의료·교통 부분부터 개선할 것이다. 문화적 차이도 줄이겠다. 원주만 보더라도 시내권과 농촌의 문화 인프라 차이가 크다. 후용리는 폐교를 활용해 문화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이런 모델을 확대 보급하고 지원하겠다. 

농업인회의소 설치 어떻게 보나?
구자열: 국회에 법률이 상정되어 있는데 통과되면 바로 시행하겠다. 도시에서는 청년회의소를 통해 정치인, 기업가를 배출하고 있다. 또한,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상공회의소도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농업인회의소가 이런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법제화가 완료되면 즉시 추진하겠다. 

원강수: 농업인회의소 설립은 헌법 123조 5항에 법적 근거가 있다. 도내에서는 평창이 먼저 농업인회의소를 설치·운영했는데 참고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기존 농업인 단체들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태장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농업인회의소는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겠다. 농산물 전시·홍보·판매 공간으로 만들겠다. 

▲ 지난 25일 열린 '제8대 원주시장후보 토론회'

안전먹거리 생산·확대에 대한 의견은?
원강수: 지난 12년 민주당 시장 치하에서도 공과 과가 함께 존재한다. 그중 원주푸드를 학교급식에 공급한 것은 박수치고 싶을 만큼 잘했다. 다만 지금은 초·중·고 위주로 로컬푸드를 공급하는데 시장이 되면 어린이집까지 확대하겠다. 또한, 급식비를 대폭 인상해서 그 결실을 원주 농업인이 볼 수 있도록 만들겠다. 원주푸드종합센터에 먹거리 종합센터를 만들어 원주푸드 인증시스템을 확대 발전시키겠다.

구자열: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쌀은 전량 원주 쌀이 아니다. 어떻게서든 우리 초·중·고 학교급식에 원주 쌀을 전량 공급하겠다. 이를 위해 친환경 재배 농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원주푸드종합센터는 물류 기능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이 되면 원주푸드 인증 기능을 구체화하고 저변도 확대시키겠다. 우리 농산물을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 소금산 그랜드밸리를 비롯한 원주 곳곳에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서울 곳곳에서도 우리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직판매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원주시 농업 인사정책에 관한 생각은?
구자열: 도지사 비서실장 할 때 인사를 여덟 번 했다. 승진 소요 연수가 안 되어서 자리에 앉히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인사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보는 것이 맞다. 이년, 삼년 후를 내다보는 조직관리, 인사정책을 펴야 직무대리 승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공무원들도 자기 분야에만 전문성을 갖추지 말고 다른 분야에 대한 혜안을 넓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강수: 지금 농기센터 소장의 직전 근무지는 보건소였다. 국방부 장관에 군대도 안 갖다 온 사람을 임명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농업은 전문직인데 전문 행정을 펼치려면 식견과 소견이 필요하다.

현재 소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직렬은 지도, 농업, 행정직이다. 이를 농업, 지도, 축산직으로 바꾸겠다. 진급 연한이 적어 승진 후보자가 전혀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시장이 되면 이를 자체적으로 풀어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농업 창구도 농업직 위주로 배치하도록 하겠다.

농업예산 10% 확보에 대한 의견은?
구자열: 농업예산 10% 확보 요구는 오래전부터 들었다. 그런데 농업인들에게 "어떤 부분에 예산 10%를 써야 합니까?" 물으면 대답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10%, 20%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이 되면 청년농업인 육성, 인력수급 지원, 스마트팜 구축, 농자잿값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 이를 추진하면 농업인 예산이 자연스레 10%를 넘길 것이다. 농·산·관·학이 참여하는 농촌경제활성화위원회도 구축해 이곳에서 권하는 정책은 바로 추진할 방침이다.

원강수: 한꺼번에 농업예산을 10%로 끌어 올리는 것은 부담스럽다. 매년 1%씩 증액해 10%까지 끌고 가겠다. 증액된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것은 농업인과 협의해 답을 찾겠다. 품목별로 보조금 사업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본다.

도의원 시절 보조금심의위원회 벽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 보조금심의위원회가 농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농업예산을 적극 지원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산업은 결국 농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일차산업을 육차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과감히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