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 후보들이 공약(公約)을 쏟아내고 있다. 모두 원주 발전을 위한 약속이라지만 잘 들여다보면 후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실현이 힘든 공약(空約)도 있다. 후보자 공약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면 유권자 선택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지방선거에 입후보한 주요 후보자들의 발언을 '팩트체크' 했다. 

"원주기업도시 이전 약속한 50여 기업 중 16곳 미착공"
지난 20일 6·1 지방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박정하 국민의힘 후보의 말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기업도시 조성사업이 추진됐음에도 아직도 다수 기업이 원주에 정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원창묵 시장이 재임 시절 기업 유치에 소홀했다고 토론회에서 꼬집은 것이다. 

이 주장은 표면상으로 팩트가 맞다. 현재 기업도시로 기업 이전을 약정한 업체는 모두 50개 업체다. 이 중 28개 기업은 입주를 마쳤고 6개 기업은 공사 중에 있다. 나머지 16개 기업은 아직 첫 삽조차 뜨지 않았다.

그러나 50개 업체 중 6개 업체는 2020년 이후 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공장 이전 설계에만 보통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걸린다고 가정하면 물리적으로 착공이 힘들었을 수도 있다. 

또한, 미착공 3개 업체는 올해 착공을 예정하고 있다. 원주시에 따르면 나머지 업체들도 자금 사정 등으로 일시적으로 이전이 어려운 상태일 뿐 착공 의사를 줄곧 밝혀왔다고 전했다. 그렇게 보면 16개 기업 중 한 개 기업만 착공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 태창운수는 경영난으로 버스 45대 중 20대만 운행하고 있다.

시내버스 완전공영제는 '찬밥'
버스완전공영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입후보자에게 버스완전공영제 찬성 여부를 물었다.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받았는데 응답률이 매우 낮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투본은 강원도지사·원주·춘천시장 선거 입후보자(8명), 도의회(51명), 원주시의회(21명), 춘천시의회(18명) 의원 선거 입후보자 등 98명에게 정책질의서를 발송했다. 답을 보내온 사람은 강원도의회 후보자 6명, 원주시의회 후보자 3명, 춘천시의회 후보자 3명, 이광재 도지사 후보, 구자열 원주시장 후보 등 총 14명뿐이었다. 

태창운수만 하더라도 경영난으로 인해 버스 45대 중 20대만 운행하고 있다. 수년째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정치인들은 관심조차 표명을 안 한 것이다. 한편, 이광재 도지사 후보는 완전공영제 도입 질문에 찬성 의사를 표했다. 구자열 원주시장 후보는 정부의 준공영제 시행 후 제도적 보완을 통해 완전공영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농업인 기본소득제 도입?
구자열 원주시장 후보가 지난 25일 열린 '제8대 원주시장 후보 (농업정책) 토론회'에서 농업인 기본소득 도입을 약속했다. 농업인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농업인 생활을 안정시키고 농촌 인구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평균 농가소득은 7천만 원(50대·2021년)에 달하지만 강원도는 4천만 원을 약간 웃돌아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구 후보가 언급한 기본소득은 강원도와 원주시가 지급하는 강원도농어업인수당과는 별도 개념이어서 농업계에서는 획기적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강원도농어업인수당을 도입할 때만 보더라도 지자체장 반대는 물론 중앙 정부 심의를 통과해야 했다. 구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어도 윤석열 정부가 반대하면 기본소득 도입이 불가능한 셈이다.

게다가 농업인 기본소득은 지자체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농어업인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이 도입 취지나 형평성에 맞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자체 재정에서 이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으리란 전망도 상당하다. 

▲ 국민의힘 후보들이 삼성반도체 공장 유치를 공약했다. (사진: 아이클릭아트)

삼성반도체 공장 유치 가능?
삼성반도체 유치 공약은 이강후 전 원주시장 후보가 처음 제시한 공약이다. 부론산업단지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단 주장이었다. 현재 이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했고 김진태 도지사 후보, 원강수 원주시장 후보, 박정하 원주갑 국회의원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도체 공장이 부론산단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 부론 지역이 남한강 취수원 상류 지역이라 허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현대엘리베이터 유치 실패도 이 이유가 컸다.

한편,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반도체 생산 공장이 아닌 연구센터 입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연구센터가 부론산단이 들어올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원주시도 센터에서 어떤 물질을 사용하고 어떤 것을 배출하는지 확인되어야 입지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