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판부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의 다짐을 되새겨 봅니다. 농업인 권익과 소득증대, 조합원 복지향상…. 농민의 시각에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지역농업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다짐, 또 다짐했습니다. 

 당시로부터 어느덧 7년이 지났습니다. 세월은 참 빠르게 흘러가더군요. 몇 번의 정권이 바뀌어도 조성이 지지부진했던 혁신도시는 어느새 공공기관들이 안착해 역할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1970·80년대 인기를 끌던 간현관광지는 전국 300만 명이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됐습니다. 원주시도 인구 35만을 넘어 이제는 40만 명을 바라보는 중부내륙 거점도시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농업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씁쓸하기만 합니다. 각 농업단체가 농가소득 5천만 원 달성을 외친 지 오래됐지만, 이를 실현하기엔 아직도 현실이 버거워 보입니다. 농촌 곳곳에선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활력이 시들어가는데 이를 타계할 해법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서 확 뒤집고 새로 시작할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도 가끔씩 하곤 합니다. 오늘은 무거운 심정으로 원주농업이 마주한 현안과 그 해결책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원주 RPC 및 농산물 통합 브랜드 운영
 원주시는 '토토미'라는 통합 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곡처리장(RPC)이나 양곡저장창고(DSC)를 운영하는 농협마다 상이한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전국 쌀 유통시장에서 토토미가 차지하는 비율은 0.4%밖에 안 됩니다.

 우리 지역에서 토토미는 최고 품질 쌀로 취급받지만 다른 지역에선 생소한 브랜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별로 각기 다른 포장재를 사용하니 브랜드 확산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비단 토토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주에서 출하되는 각각의 농산물은 품목이나 품종에 따라 디자인이 상이합니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농산물은 많지 않은데 디자인은 제각각입니다. 출하농산물 전체를 아우르는, 원주를 대표하는, 통합 농산물 디자인을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기질비료 적기 공급·보조금 지속 지원
 유기질비료를 공급하면서 1차 신청분은 매년 물량이 부족했습니다. 이에 2차분 공급이 이뤄졌으나 이때는 살포 시기가 늦어 노지에 방치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게다가 유기질비료 신청단계에서 공급업체가 산재 돼 적기 공급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참다못해 일부 농가는 인터넷으로 주문한다고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지역 생산업체 중심으로 발주해 공급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맞춤형비료 지원도 지속해서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추진하려면 정부나 원주시가 비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입물량 부족에 따른 공급대란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 부분만 잘 해결되어도 농산물 출하에 차질을 빚는 문제를 해소할 것입니다. 이는 당연히 농가소득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대표먹거리 추어탕 생산기반 조성
 전국적으로 지역별 특색인 대표 먹거리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원주 대표 먹거리인 추어탕은 그렇지 못합니다. 주재료인 미꾸라지를 다른 지역에서 공급받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추어탕을 원주 대표음식으로 홍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원주시가 우리 지역에서 미꾸라지를 양식·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원주하면 추어탕이지"하고 인식하게 됩니다. 아울러 추어탕에 들어가는 부가적인 각종 농산물도 원주에서 출하되는 농산물로 공급하면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판단합니다.

배경수 판부농협 조합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