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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2리 마을활동가 권남미 씨

"지속 가능한 마을활동 만들고 싶어요" 뜨개 동아리 만들어 이웃 소통…어르신 건강관리 노노케어 추진 조아해 시민기자l승인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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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맞습니다! 농촌 하면 '공동체'죠. 농번기가 되면 서로 품앗이하고 마을에 대소사가 생기면 주민 모두 달려드는 모습. 그렇게 마음을 터놓고 살다보니 철수네 영희네 집 수저 개수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농촌에는 사람이 줄어 공동체가 많이 약해진 모습입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예전 모습을 찾기 어려워 진  것인데요. 그럼에도 아직까진 농촌 공동체성을  되살리려는 노력들이 존재합니다. 각자 개성으로 농촌 공동체성을 살리는 사람들, 농촌마을 활동가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원주굽이길 12코스에서 뱃재를 오르기 직전 거치는 귀래면 운남2리. 여기 마을회관 인근에는 권남미(52) 마을활동가가 살고 있다. 마당에 들어서면 만개한 꽃들과 나른한 고양이들이 푸근한 봄날의 볕을 즐기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귀촌을 꿈꿨지만 전원주택을 꿈꾼 적은 없다'는 권남미 씨는 2019년 여름, 크지도 작지도 않은 운남2리 배골 마을의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도시에 살 때에도 소박하고 검소하게 생활을 꾸리려 애써왔기에 멋진 한옥은 아니지만 서까래가 있는 소박한 옛집은 손재주가 뛰어난 그녀가 손수 꾸미고 관리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귀촌을 막연하게 꿈꾸며 꽃을 심어 정원을 가꾸고 싶다는 로망을 키워 온 터라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지만, 귀촌한 사람들 중에 적응이 어려워 도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걸진 말자는 생각에 처음 3~4개월 동안은 짐을 풀지도, 집도 고치지도 않고 지내며 유예기간을 가졌다.

 권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복닥복닥 네 식구가 피난민처럼 보낸 첫 서너 달의 시골 생활이 너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도시에 살 때는 몰랐던 자연의 고요함. 그리고 동네 이웃들과 옛집이 주는 편안함은 그녀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귀촌한 이후 주변 지인들로부터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으며 이제는 귀농·귀촌 전도사라고 불리고 있지만 농촌생활이 불편할 때가 있다. 

 배달 음식이 오지 않고 밥을 하기 싫을 때조차 외식이 여의치 않은 것. 하지만 그 때문에 가족이 식탁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져 가족이 정말 '식구'가 되었다고 강조한다. 모든 인간관계가 물리적으로 멀어지다 보니 서로에게 집중하게 되고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스레 다시 깨닫는 중이라고.

 도시 생활과 달라진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가족 모두 삶의 패턴이 많이 바뀌었던 것. 도시에서도 나름 실천을 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어느 순간 불필요한 소비와 낭비를 하게 되는데 이곳에선 계획적인 소비를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온 가족이 '자급자족 텃밭'을 일구고 마당을 가꾸고,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일을 통해 소박하지만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고 실험해 볼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그렇게 귀촌 생활에 적응해 가던 중, 지인이 농촌 마을 활동가 모집 공고를 추천해줬다. 워낙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가져오던 것이 기회가 된 것. 그간 할머니들한테 너무 많은 예쁨을 받고 감사한 일이 많아서 이참에 '우리 할머니들한테 뭐 좋은 거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당장 마을과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사업을 시작하기엔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장기화로 농한기 단체 관광이 어려워진 것을 떠올려 '뜨개질 동아리'를 만들기로 했다.  '내가 잘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을 바탕으로 김장이 끝나고 주민들과 같이 할 일을 찾게된 것. 겨울철 긴 농한기면 동네 아주머니들과 뜨개질을 하던 친정 엄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우리 어릴 때는 엄마가 떠주는 옷을 많이 입었거든요. 제가 친구들과 놀 때, 엄마는 동네 아줌마들이랑 뜨개질을 했었어요. 그런데 앉아서 뜨개질만 했을까요? 뜨개질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아빠 퇴근 시간이 돼서 부랴부랴 들어오셨던 거죠." 

 권 씨는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게 될 모임의 구성을 정주민과 이주민이 반반씩 되도록 구성했다. 평소 미묘하게 어색했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본인 또한 이주해 온 귀촌인이라 정주민과 이주민 서로가 욕구를 파악하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마을회관이 개방되지 않자 모임 공간으로 각자 집을 돌아가며 방문했는데 오히려 각지의 살림을 구경하면서 일상을 공유하고 담소를 나누며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권 씨는 겨우내 진행된 뜨개 동아리 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자신이라고 말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동네 주민들을 더 많이, 더 자세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마을에 큰 발전을 가져오는 사업은 아니었지만 작년의 활동이 자신에게 큰 자산이 되어 올해 마을 사업으로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는 마을활동가 양성 과정에 문을 두드렸던 그때의 첫 마음과 작년의 성과를 토대로 마을 어르신 건강 관리 프로그램 '노-노 케어'를 준비해 진행하고 있다. '노인이 노인을 살피고 돌본다'는 뜻인데 한 마을에서 평생 같이 살아온 이웃들이 가까이서 서로를 살피는 사업이다. 노동자와 이용자로 얽히는 요양보호사 시스템보다 생활 밀착형으로 케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간혹 자녀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프다 말못하는 분들도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하게 자녀분들에게 언질을 드릴 수도 있다.

 권 씨는 '노-노 케어' 사업은 사실 마을 어르신들이 이미 일상적으로 하시던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농촌 마을이 가진 공동체 문화 속에서 당연하게 해 오던 일들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체계화했을 뿐이라는 것. 눈이 많이 오면 옆집에서 대신 쓸어주고, 마을에 잔치가 있으면 음식을 싸다 주는 모습은 익숙한 우리네 풍경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뜨개질 동아리와 노-노 케어를 통해 마을 주민들을 자주 만나고 서로를 살피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사시는 분들의 자녀분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하고 할머니들이 '네 덕분에 동네가 활기 차 졌다'고 칭찬해 주신다고 한다. 이럴 때 뿌듯한 마음도 들지만 진심을 알아주는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고민이 먼저 든다고. 

 운남 2리에서 보낸 3년이라는 짧지만 긴 시간 중 가장 기뻤던 일은 마을 할머니로부터 청첩장을 받았을 때라고 한다. "시골에 들어온 사람이 주민으로 인정받는 순간이 바로 청첩장을 받을 때라고 하더라고요. 저를 마을의 일원으로 여기신다는 뜻이라 정말 기뻤죠."

 스스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 부담감을 느낀다는 권 씨는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어떻게 자신의 역량을 더욱 키워 나갈지 고민을 시작했다. 마을 활동을 통해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모두 발견한 것. 권남미 씨는 앞으로 요양보호사를 공부해 보건·복지 분야의 기본기를 다질 계획이다.

 또한 지금껏 취미로 이어왔던 바느질과 뜨개 작업을 더욱 연구하고 발전시켜 작품을 만드는 창작활동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모르는 분야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과정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필요한 부분을 꾸준히 채워나가는 것"이라고 말한 권남미 씨의 눈빛에서 마을에 대한 애틋함을 엿볼 수 있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조아해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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