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약 20~30년 전쯤부터 TV, 라디오, 신문, 월간지 등 각종 언론이나 책자, 강연 등에서 ‘기상이변’이란 말이 등장하였다. 때아닌 홍수나 극심한 가뭄, 북극 빙하가 녹아서 무너지는 모습, 엄청난 산불 등…. 지난 100년 동안 지구 온도는 약 1℃가량 상승(환경부 발표는 0.74℃)하면서 이런 모습들이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이 지구 온도 1℃ 상승에 따른 엄청난 변화를 쉽게 받아들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변화나 신의 영역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기껏해야 사람의 영역에서 예방을 소홀이 한 ‘인재(人災)’로 여기는 것이 수많은 기상이변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그렇기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대책으로 ‘마무리’되었다.

 우연찮게 필자가 읽은 도서 ‘강원도에 무슨 일이 있었나(최종남 저)’에서도 조선왕조실록 중 그런 기상이변 기록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선조 36년(1603년)과 효종 4년(1653년)에는 동해안에 이른바 적조현상이 발생하여 바다가 완전히 핏빛이 되었다.

 특히 숙종 9년(1683년) 음력 6월에 서리가 내리고, 35년(1709년) 6월 한여름에 강원도 고성에서 함경도 지역까지 바닷물이 얼어 냉해로 농사를 망쳐버렸다. 또한 숙종 37년(1711년)에는 강원도 전역에 대홍수가 일어나 1천500여 호가 휩쓸려 290명이 목숨을 잃는 대참사가 기록되어 있다.

 이렇듯 기상이변은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있었을 터인데 왜 현대에 와서 ‘지구 온도 상승이 원인이므로 지구의 온도가 더는 올라가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필자와 같이 의구심을 갖거나 심지어 ‘지구 온난화 이론은 사기극’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IPCC(1988년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연합이 설립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지구온도의 상승 원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보면 <1990년: 인간의 책임일까?>, <1995년: 인간 책임 중 하나>, <2001년: 인간의 책임 66% 이상>, <2007년: 인간의 책임 90% 이상>, <2014년: 인간의 책임 95% 이상>, <2022년: 인간의 책임 명백> 인 것을 알 수 있다.

 지구 온도 상승과 그에 따른 기상이변은 사람의 책임이 명백해졌다. 그 결과 현재의 위기는 지구의 위기가 아닌 우리 인간의 위기임을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후학자도, 물리학자도 아니며 더구나 발 벗고 나서서 환경을 구하자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는 환경운동가도 아니다. 단지 우리 주변 환경을 보전하고, 우리 먹거리의 근원인 농토를 지켜 농업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환경운동실천가는 될 수 있으리라.

 지구를 후손에게 빌려 쓴다는 마음으로 토지를 지속가능하게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원주시와 농협 원주시지부가 협력하여 시작하는 ‘생분해성 멀칭비닐 시범사업’은 시작은 작지만 미래를 위한 큰 걸음이라 생각한다. 부디 시범사업이 올해 가을에 커다란 성과로 돌아와 향후에는 점점 더 친환경 비닐 밭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그 결과 농촌 들녘에는 바람에 휘날리는 플라스틱 검은 비닐 대신 농가들의 행복이 동네 한가득 휘날렸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