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가 고위공무원 승진 인사를 불법·부당하게 시행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원주시청 전경.

원주시가 고위공무원 승진 인사를 불법·부당하게 시행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다. 원주시는 지난 25일 4급 서기관 A 씨의 승진을 취소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작년 7월 1일 서기관으로 승진한 A 씨를 서기관 직무대리로 내려 앉힌 것.

이번 승진 취소 인사는 강원도가 원주시 인사행정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도중 단행됐다. 승진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가 초래된 건 애초 원주시가 불법·부당한 인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란 비판이 나온다. 서기관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지 4년이 지나야 한다.

그러나 베이비부머 세대가 일시에 퇴직하면서 승진 소요 연수를 충족하는 공무원이 적어 원주시는 특별승진을 시행했다. 승진 연수 3년 이상 4년 미만의 5급 사무관을 서기관으로 특별승진시키기로 하면서 A 씨가 승진했다.

A 씨는 당시 승진 연수 3년을 충족했다. 문제는 A 씨가 사무관으로 재직할 당시 견책 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견책 처분을 받으면 근무연수에서 6개월을 빼야 하기 때문에 A 씨는 승진 연수를 충족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사실이 강원도 감사에서 적발되자 원주시가 부랴부랴 승진 인사를 취소한 것이다.

논란은 원주시가 승진 심사를 하면서 이런 사실을 몰랐냐는 점이다. 인사업무를 담당했던 복수의 공무원은 “원주시 인사시스템에서 이런 과오가 걸러지지 않을 순 없다”고 단언했다. 원주시가 불법·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오를 몰랐다고 하면 더 큰 문제다. 원주시 인사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어서다.

강원도는 A 씨와 함께 서기관으로 승진한 B 씨에 관해서도 감사를 하고 있다. B 씨도 특별승진했다. 문제는 당시 승진 소요 연수인 4년이 경과한 공무원이 있었다는 점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승진 소요 연수를 충족하는 공무원을 서기관으로 승진시켜야 한다. 또한, 특별승진은 말 그대로 누가 보더라도 특별한 공적이 있어야 하는데, B 씨의 특별승진이 적합했는지 강원도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 개방형직위 제도를 통해 사무관으로 승진한 C 씨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다. ‘자치단체의 개방형직위 공모직위 운영지침’에 의하면 본인의 직급이 개방형직위 직급보다 낮거나 전직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임기제공무원으로 임용해야 한다.

운영지침대로면 행정6급이던 C 씨에 대해 원주시는 행정6급에서 의원면직 후 임기제공무원으로 임용했어야 했다. C 씨의 사무관 승진에 관해서도 논란이다. C 씨는 승진 임용 당시 승진서열이 배수 범위 밖이었다고 한다. 배수 범위 내에 들어야만 승진할 수 있어 감사를 받고 있다.

강원도와 감사원 감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공무원들은 술렁이고 있다. 당시 인사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의 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불법·부당한 인사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는지 갖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다.

한 공무원은 “불법·부당한 인사로 인해 승진에서 밀린 피해자가 발생했다”면서 “감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사실관계를 밝히는 한편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