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고령화, 실업, 교통 및 복지 서비스 접근의 어려움, 학교 폐쇄 등 우리가 마주하는 농촌의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들이다. 너무 자주 접해서 둔감할 수 있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변화가 필요하지만 백약이 무효다.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도시와 멀어질수록 경제·사회·환경적 자본의 양이 취약하고, 지역사회 문제가 복합적이고 연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또다시 변화는 필요하다. 변화는 농촌에서 경제와 일자리 및 각종 교육·복지 서비스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변화는 농촌사회의 기능 회복을 의미한다. 농촌 공동체의 회복은 농촌지역개발 사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20년 동안 농촌지역개발 사업이 작은 변화를 만들어 냈지만, 결과적으로 농촌을 회복시키지 못했다.

 농촌공동체의 경제·사회·환경적 자본의 양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원투입이 충분하지 못했다. 공동체도 투입자본을 통제하고, 이를 지역 자산화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부족했다. 결론적으로 경로의존적인 정책(잘못해도 과거방식을 따라가는 정책)과 주민들의 자발성의 차이, 리더의 관심과 민주성의 차이, 전문가 등 에이전시의 전문가 주의(vs 현장밀착형) 등이 어울려 지역특성에 맞는 계획과 주민역량을 강화하는데 실패했다고 진단할 수 있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관점과 방법이 필요하다. 변화는 농촌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농촌이 농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농촌을 공간으로 재인식하고, 다양한 자연과 산업, 직업이 공존하는 곳으로 바꾸어야 한다. 실제로 유럽 농촌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소득비율은 10%가 되지 않는다. 일자리도 도시보다 농촌에서 훨씬 많이 창출된다. 유럽의 농촌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농촌이 관광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우리의 농촌도 농업에서 농촌이라는 공간으로서 인식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생산양식을 창출해야 한다. 생산양식의 변화는 농업생산과 관광, 복지와 새로운 일자리, 농촌의 사회혁신과 새로운 직업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마을까지 복지의 사각지역을 해소하는 전달체계 혁신과 복지코디네이터, 요양보호, 간호조무사 등을 연계해 커뮤니티케어를 가능토록 해야 한다.

 한의원이 농촌에서 개업해도 건강보험과 연계해 살아갈 수 있듯이, 건강보험을 이용해 다양한 커뮤니티케어형 복지 직업군(복지자원을 활용한 농촌 직업군 육성)을 활성화할 수 있다. 도심과 가깝고 경관자원이 좋으며, 젊은 층이 많은 농촌마을은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한 관광형 마을로 성장할 수 있다. 판부면 서곡마을과 흥업면 회촌마을, 호저면 매호리 매향골체험마을, 지정면 간현리 등이 이에 속할 수 있다. 

 농촌의 사회혁신형 직업은 기술 결합형과 사회문제 해결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문제 해결형은 현재 우리 센터가 진행 중인 마을활동가 육성을 통한 복지전달체계 개선(건강반장), 소농의 판로문제 해결 사업, 이웃 관계 개선 등의 사업을 꼽을 수 있다. 기술결합형은 현재 모집중인 농촌 드론 방제 기술사, 소규모 스마트팜 구현을 위한 메이커스, 온라인 판매 대행 마케터 등을 꼽을 수 있다.     

 원주시농촌활성화지원센터는 농촌의 회복과 활력을 위해 복지와 정보의 전달체계 개선(마을활동가 -노노케어와 연계된 건강반장활성화), 기존 자원의 기능 재설정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노인 일자리 사업과 자원재활용 매칭 등), 새로운 직업군을 형성하기 위한 신지식인 육성(마을활동가, 드론 기술사 등)이라는 3가지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센터의 목표는 농촌마을의 회복을 위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자산화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모델을 만들고 농촌마을에 보급하는 것이다. 

 마을은 경제 환경적 자본을 유치하고,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역량과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다. 또다시 낯섦과 두려움을 동반하는 변화를 들먹이는 이유는 이곳이 삶이 터전이고, 후대에 물려줘야 할 자산이기 때문이다. 농촌마을 전체 이장님들 전체 단톡방이 술렁인다. 조금의 변화가 느껴진다. 작은 변화가 나비효과가 되어 농촌 회복의 씨앗이 되길 소망한다.

문병선 원주시농촌활성화지원센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