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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묻습니다, 왜 자르냐고

매년 봄 나뭇가지를 강제로 자르는 수형 조절을 나무는 원하지 않아…자연은 순리를 따르는 게 최상의 선택 이나무(가명)l승인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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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어김없이 분신과 같은 소중한 나뭇가지를 잃었습니다. 매년 반복돼온 일이기에 이제는 처연히 받아들입니다. 나뿐 아니라 주위 친구들 모두 나뭇가지가 잘렸습니다. 

 나는 원주 도심에 뿌리를 박고 사는 나무입니다. 태어난 곳은 식물원입니다. 그곳에서 관리받으며 잘 크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인간들이 나와 주위 친구들을 도심 인도로 옮겨 심은 뒤 천편일률적으로 우리를 가로수라고 부르는 겁니다. 강제로 이사한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는데, 이때부터 매년 수형 조절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들의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습니다. 

 삭막한 겨울을 힘겹게 보내고, 싱그러운 봄비에 한창 물이 올랐을 때 나뭇가지를 자릅니다. 강제로 벌거벗긴 채 내동댕이쳐진 듯한 나무의 비참한 심정을 인간들은 이해할까요? 인간의 눈에 보기 좋기 위해 수형 조절을 한다는 데 나무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우리 앞을 통행하는 일부 인간들도 우리가 보기 흉하다고 손가락질합니다. 전선 관리를 편하게 하고자 자르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건물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자른다는 합리적인 의심도 제기합니다. 

 그런데 한편에선 인간들이 나무 찬양론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가 많아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나뭇가지를 잘라선 안 됩니다. 땅속 깊숙한 뿌리에서 끌어올린 수분은 물관을 타고 머리 꼭대기 나뭇가지까지 힘겹게 전달됩니다. 가장 위쪽의 나뭇잎이 아래쪽 나뭇잎보다 연한 색깔을 띠는 까닭입니다. 나뭇가지가 많아야 나뭇잎도 많아져 탄소 흡수에 용이합니다. 그런데도 매년 봄 나뭇가지를 무참히 자르니 통탄할 노릇입니다. 

 나무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실뿌리가 땅속 매우 깊숙한 곳까지 내려갑니다. 땅속 깊은 곳에선 나무와 옆 나무의 실뿌리가 연결돼 서로 소식을 주고받습니다. 이렇게 세상의 모든 나무가 연결되면서 우리는 세상의 온갖 소식을 듣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나무의 오랜 친구인 순록 25만 마리가 무참히 살처분됐다는 소식도 그렇게 알게 됐습니다. 

 2016년 시베리아에서 폭염으로 영구동토층이 녹는 바람에 75년 전 탄저병으로 죽은 순록의 사체가 노출됐답니다. 순록의 사체에서 탄저병이 퍼지면서 12세 어린이가 숨지고, 20명이 탄저병에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이때 순록이 탄저병을 옮긴 범인으로 몰리면서 애먼 25만 마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나무들이 죽은 순록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 합동 위령제를 지냈을 만큼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보다 앞선 2005년에도 알래스카 툰드라 지역에 매장된 시신에서 1918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RNA가 발견된 일도 있었습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질수록 이런 사례는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친구들이 대거 불타버린 동해안 산불도 기후변화가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건조한 날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자제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나무에게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매년 나뭇가지를 강제로 자르는 수형 조절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인간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역지사지 입장이 돼 보시면 이해하겠습니까? 나무는 수형 조절을 원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순리를 따르는 게 최상의 선택입니다. 
 


이나무(가명)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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