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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지정면 가곡2리 이장

공예품 만들어 조롱박축제 개최…꽃단지 조성 계획도 최다니엘 기자l승인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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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박으로 화합하는 마을 꿈꿔요"

"처음엔 주변에서 별 관심이 없었어요. 캄캄한 밤에 조롱박 불을 환하게 밝히니 그제서야 이게 뭐냐고 묻는 사람이 생기더라고요. 몇몇 젊은 사람이 공동사업을 제안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전 우리 마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주민들이 단합하는 모습을 더 바라고 있어요. 조롱박 축제를 통해서 지정면 가곡2리를 환하게 밝히고 싶습니다."

지정면 가곡2리는 마흔두 가구로 구성된 소박한 시골이다. 주민의 절반 이상은 65세 이상으로 고령화가 심각한 곳이기도 하다. 이상원 이장은 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 인근 기업도시처럼 신도시를 건설할 수는 없지만, 주민들이 화합하면 원주를 대표하는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11월 열린 조롱박 축제는 마을 안팎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캄캄한 가곡2리를 조롱박 불빛으로 밝혀 마을 청·장년과 노년 세대로부터 호평을 받은 것이다. 단 한 차례 축제를 열었을 뿐인데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축제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인천에서 유통업을 하다 건강이 나빠져 2017년 귀향했다. 이후 가곡2리에서 치악산 꽃송이버섯을 키우며 점차 회복해 가는 중이다. 그런데 도심과는 달리 시골 생활은 너무나도 단조로웠다. 여유가 생기면 그림을 그리고 텃밭에 나가서 이런저런 작물도 키워봤지만, 전원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엔 부족했다. 

어느 날 문밖을 나섰는데 주변이 모두 암흑천지였다. "내가 왜 이런 데까지 내려왔나"하는 후회가 밀려왔다고. '그래, 나라도 이 캄캄한 밤을 빛으로 밝혀야겠다'는 생각에 귀촌 직후 심었던 조롱박을 꺼내 들었다. 조롱박에 모양을 내고 전등으로 불을 밝히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거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낮이나 밤이나 조롱박과 씨름하고 있다. 이 이장은 "남들과 같은 뻔한 작품은 만들고 싶지 않다"며 "멋진 공예품을 만들어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마을로 가곡2리를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박을 심고 키우는 것은 둘째치고, 이를 삶고 껍질을 벗기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드릴을 사용해 박에 구멍을 내는 일도 그의 몫이다. 그래서 하루에 2~3개만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완성한 작품 120여 개는 지난해 제1회 가곡2리 조롱박 축제에 사용됐다.

이 이장은 "여기에 심취하다 보면 새벽2~3시까지 작품 활동에 매달리게 된다"며 "마을을 위해 뭐 한번 해보자는 주위 사람들의 제안에 조롱박 축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조롱박 작품은 이 이장이 만들었지만 축제 준비는 가곡2리 주민들이 진행했다. 축제장에 전기 시설을 설치하고 방문객에게 먹거리를 대접했던 것.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작년 11월 26·27일 단 이틀 동안 개최했는데 가곡2리를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축제 규모를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조롱박꽃 세 뿌리씩 주민들에게 나눠 줬다. 한 뿌리에 다섯 개 정도 박이 열리니 가구마다 15개씩 수확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 자란 조롱박은 주민들과 삶고 벗겨 작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글씨에 소질이 있는 주민은 멋진 글귀를 쓰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한 폭의 수묵화를 그릴 계획이다. 그렇게 주민들이 하나 되어 축제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이 이장은 고대하고 있다. 

그는 "조만간 주민들과 담양 조롱박 축제를 보고 올 계획"이라며 "그곳에서 많은 아이템을 배워 우리 축제에 접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가곡2리를 원주에서 손꼽히는 꽃 단지로 만들려는 마음도 대단했다. 지정면행정복지센터에 금계화 씨를 대량 요청했는데 이를 받으면 동네 곳곳에 심겠다고 한 것.

이뿐만 아니라 유채꽃도 심어 동네를 노랗게 물들이고 싶다고 했다. 이 이장은 "삭막한 시골이 꽃 단지가 되면 얼마나 예쁠까 상상해본다"며 "한번 방문한 분들이 다시 찾아오는 매력적인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을이 유명해지면 원주기업도시 주민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가곡2리 42가구와 기업도시 2만4천여 명이 어울리는 농도상생을 추진하려는 것.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 먼 관계를 최대한 살갑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 이장은 "정성스레 키운 농산물을 시장에서 다 팔지 못하고 다시 가져와야 하는 농민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조롱박 축제를 통해 왕래가 빈번해지면 여기서 농산물 장터를 열어 주민소득 증대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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