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자체 소각장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2030년부터 직매립이 금지되고 사제리 매립장의 잔여 연수도 10년밖에 남지 않아 생활폐기물의 안정적 처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소각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마디로 폐기물을 매립할 장소가 부족하고 법으로도 규제하니 태워서 없앨 소각장을 짓겠다는 발상이다. 

 원주시가 밝히고 있는 소각장 건립의 당위성은 일면만 보면 그럴 듯 하게 보인다. 그러나 원주의 지형적 특수성과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살펴보면 원주 시민의 건강권을 도외시한 단편적인 폐기물 처리의 방향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건강권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무엇보다도 보수적으로 진단하고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할 자치행정의 중요한 요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원주의 지형적 특수성을 지적하지 아니할 수 없다. 지난 12년간 3선 원주시정이 추진코자 했던 문막SRF열병합발전소가 반대 여론에 부딪힌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던가? 원주는 치악산으로 둘러싸인 내륙 분지로서 남서풍으로 날아온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누적하여 저류(貯留)하는 현상 때문에 연중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으로 연구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대기환경에 부하를 가중시키는 소각장 또는 발전소는 원주에서 근원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둘째, 원주시 자체의 중장기적 자원순환(4R : Reduce, Reuse, Recycle, Recovery)의 정책적 목표가 정확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소각장 건설은 시민과 운영 주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함은 물론 국내외 환경정책 흐름에도 역행하는 일일 것이다. 폐기물관리법 개정의 방향은 폐기물 처리의 방식을 '소각'으로 규정한 것이지 지자체마다 소각장을 지으라고 강제한 사항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즉, 민간 소각시설에 아웃소싱하는 방식이 그 대안 중 하나일 것이다. 2021년 말 현재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민간 소각시설이 전국적으로 73개가 가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지자체 생활폐기물을 이미 소각 중인 업체도 22개, 지금 바로 소각 가능한 업체 28개, 또한 영업을 통해 생활폐기물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업체도 40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폐기물을 소각할 소각장은 얼마든지 있는 상황에서 대기환경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우리 원주 땅에다 반드시 소각장을 지어야만 한다는 원주시의 생각은 바람직한 방향일까? 폐기물 수요처와 효율적인 자원회수라고 하는 국가적 아젠다와도 역행하는 처사다.

 셋째, 기업도시 열병합발전소와 중첩되는 '소각기능'의 비효율 문제와 원주시 전역에 끼칠 환경 부하 가중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명확한 대안이 선행된 후 신규 소각장 문제를 논의해야 시민들은 공감할 것으로 보인다.

 알다시피 기업도시 열병합발전소는 애시당초 목적에서 벗어나 현재는 전기와 열을 생산하지 않고 오직 소각시설만 가동하고 있다. 하루 평균소각량(120톤)의 35%만 원주시 관내 폐기물이고 나머지 65%는 외지 폐기물이 매일 반입되어 기업도시 한가운데서 소각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또 소각장을 세운다면 어느 시민이 수긍할 것인가?

 필자는 지난 2010년도 지방선거 전후하여 졸속으로 진행된 기업도시 열병합발전소 허가와 건축허가들이 데쟈뷰되고 있다. 그런데 원주시는 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도 공석인 상황에서 민원이 예민한 소각장 건립을 왜 서두를까? 시민들과 함께 엄중히 지켜보고자 한다.

이준희 전국SRF열병합발전소대책위원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