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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칠면조 이야기

그동안 안정적 수익이 됐던 투자 수단이 '그날이 오면' 자신의 목을 겨누는 시퍼런 칼날로 변할 수도 있어 배찰스(태장동·가명)l승인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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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심 탈레브가 '안티프래질'에서 소개한 칠면조는 나름 실리적이었다. 그는 일찍부터 안정적인 삶을 택했다. 사람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매일 아침 아홉 시면 편안하게 모이를 먹을 수 있었다. 비 오는 날과 바람 부는 날에도 변함없이 일용할 양식이 주어졌다. 꼬박꼬박 모이를 들고 나타나는 농장 주인을 보며 자기를 향한 인간의 배려를 확신했다. 

 나름 과학적인 그가 통계적 유의성에 만족하며 안이해진 순간, 충격적인 그날이 왔다. 그로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돌발상황인 추수감사절이 닥친 것이다. 보통의 나날처럼 아침 아홉 시에 조반을 먹는 대신 칠면조는 그날 목이 잘리고 만다. 

 칠면조의 추수감사절처럼 세상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와 무작위성,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일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이다. 호강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저 풍파에 시달리지 않는 보통의 삶을 바랄 뿐인데…, 세상에는 그 소박한 바람마저 외면할 때가 많다.

 그래서 안정적인 삶을 꿈꾸지 말고 세상의 가변성에 맞설 대비책이나 해독제를 갖추는 편이 훨씬 낫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일찍부터 나중에 편안한 삶을 위한 설계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어쩌면 그러한 노력이 다 부질없을 수도 있다. 완벽한 계획도 변화무쌍한 세상 앞에선 너무나 허약하게 무너지니까 말이다. 차라리, 어떤 일이 벌어져도 잘 견디는 강건함과 회복력, 충격에 저항하는 힘을 기르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주위 많은 사람이 건물 한 채를 사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는 삶을 꿈꾼다. 한 때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경제적 안정성은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누구나 꿈꾸는 안정적인 삶. 평생 돈 걱정하지 않고 편안히 사는 삶은 어쩌면 나심 탈레브의 칠면조가 예찬했던 그것과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서 새 아파트에 투자하는 어떤 이들도 자신의 행동은 투기가 아닌 '안정적인 투자'라고 말한다. 원주혁신도시나 기업도시, 도심 중심에 위치한 아파트들이 그들이 기대했던 수익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래 2~3년 동안 원주에 집을 산 사람들은 그동안 안정적인 모이를 받아먹고 자라왔다. 

 최근 분양한 태장동 신규아파트도 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들었다. 604가구 모집에 4만3천여 명이 모였다는 분양 현장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임에도 인파로 가득했다. 전화통은 계약 문의로 쉴새 없이 울려댔고 사람이 지나가는 통로마다 구경꾼들로 미어터졌다. 여기에는 원주 사람뿐만 아니라 타 시도 사람들도 많았는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쏠쏠한 차익을 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자리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믿음도 언젠가는 산산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미분양 사태로 원주가 몸살을 앓았던 지난날을 떠올리면 집에 투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지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혹자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면서 아파트 수십 채를 계약했다지만, 주택 수요가 사그라들고 은행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빚에 허덕이는 사람을 부지기수로 많이 봤다. 그동안 안정적인 수익이 됐던 투자 수단이 '그날이 오면' 자신의 목을 겨누는 시퍼런 칼날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아무 데나 제 좋은 곳에서 형편껏 살면 그만인 것을, 집이란 어느새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수단이 되어버린 듯하다. 집이 나와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곳이 아닌 돈을 불리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시대. 과연 안정적이면서 현명한 투자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배찰스(태장동·가명)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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