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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둔 마을활동가 이동기 씨

"힘들지만 주민들 미소가 활동 동력" 고령농업인 농산물 판매장 조성 온라인 판로 확장도 모색 조아해 시민기자l승인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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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맞습니다! 농촌 하면 '공동체'죠. 농번기가 되면 서로 품앗이하고 마을에 대소사가 생기면 주민 모두 달려드는 모습. 그렇게 마음을 터놓고 살다보니 철수네 영희네 집 수저 개수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농촌에는 사람이 줄어 공동체가 많이 약해진 모습입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예전 모습을 찾기 어려워 진  것인데요. 그럼에도 아직까진 농촌 공동체성을  되살리려는 노력들이 존재합니다. 각자 개성으로 농촌 공동체성을 살리는 사람들, 농촌마을 활동가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원주천의 발원인 금대리의 벚꽃 길을 지나 40여 분 치악산 자락을 굽이굽이 따라가면 원주의 가장 외곽인 황둔 마을에 들어서게 된다. 황둔 지역 농민들이 직접 기른 다양한 농작물을 일일이 소분하고 포장해 진열대에 가지런히 정리 해 놓은 '고령농업인 농산물 판매장'에서 마을활동가 이동기(63)씨를 만났다.

 이 씨는 신림면 송계1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있다. 그는 농협에서 40여 년 근무 하며 지켜 본 활기찬 농촌의 모습을 마치 어제처럼 기억하고 있다. 또한 농촌사회가 겪은 변화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제가 80년대에 영월에서 근무를 시작했어요. 한 20년 전만 해도 농산물 수매를 하면 거의 뭐 두 차, 세 차씩 나오고 많게는 다섯 차도 나왔어요. 근데 이제 제가 퇴직할 때쯤 되니까 한 차가 안 나오는 거예요." 변화하는 농촌 현실이 안타까웠던 그는 작년 마을활동을 통해 이장님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손을 보태어 '고령농업인 농산물 판매장'를 만들었다.

 이 씨가 '고령농업인 농산물 판매장'을 만든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나이 지긋한 농업인들은 대부분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 씨는 "젊은 사람들은 오늘 못 맞추면 내일 직접 가서 팔면 되지만 할머니들은 차가 마땅치 않아서 쉽지가 않다"고 설명한다.

 또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농산물을 가져와 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마을에 방문해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상인들에게 주로 농작물을 판매한다고. 따로 차량을 구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지만 정식 판로가 아니기에 제 값에 농산물을 판매하기가 어렵다. 소량의 농작물을 생산하는 고령 농업인들에게 접근성이 좋으면서 동시에 적당한 가격으로 판매를 도울 판로가 필요했다.

 농촌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이 씨는 "자녀 교육과 고가의 농기계가 농촌 부채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한다. 매 분기마다 지출해야 하는 자녀 교육비와 보통 3천만 원에서 4천만 원 정도 하는 농기계 비용은 1년 중 가을에 한 번 수확하는 농부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은 점차 고령화 되어가고 농업인구는 나날이 감소하는데도 기존의 넓은 농지를 처분하지 못하는 상황도 농가의 어려움에 한 몫 한다. 이 씨는 "땅은 있지만 실제로 운용할 수 있는 자산이 없어 농촌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러다 자연재해라도 일어나서 농산물이 상하거나 수확이 감소하게 되면 별 도리 없이 그대로 부채가 늘어나게 되는 거죠"라며 안타까워  했다.

 "내 주머니에 좀 돈이 있어야지 어딘가 필요한 곳에 쓰기도 하고 취미 생활을 할 수도 있잖아요. 어르신들께 그런 도움을 드리고 싶어 쌈짓돈을 좀 마련해 드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가 농산물을 소량 판매장을 생각하게 된 거죠."

 주민들의 미소는 이 씨의 활동 동력이다. 농촌 마을 특성상 골짜기마다 고개마다 흩어져 있는 각 농가들을 방문해 참여 농가를 설득하고 생산 농산물을 조사하는 등 길고 힘들었던 소통과 협의의 과정이 있었지만 '고령농업인 농산물 판매장'에서 직접 기른 농작물을 판매하시고 행복해 하는 어르신들을 뵙는 날이면 "힘든 농촌의 현실에서도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행복한 주민이 한 분 한 분 늘어갈수록 서로 영향을 주며 마을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올해, 더욱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고령농업인 농산물 판매장'에서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온라인 판로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농산품과 건강식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브랜드 디자인을 통해 포장 용기와 박스 등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여 년 전, 신림농협 온 직원들이 밤낮으로 야근 하고, 학교 식당을 빌려 부녀회 어머니들까지 같이 포장작업을 할 정도로 지역 상품 주문이 전국에서 밀려들던 때가 있었다고 회상하던 이 씨는 "지역의 농업이 예전만 못하지만 앞으로는 농업인들도 노력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와 트렌드에 맞게 농산물도 바뀌어야 한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조아해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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