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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장에서 설 곳 잃은 60대 중장년

'삼성' 나왔어도 은퇴 후엔 '경비직' 최다니엘 기자l승인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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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 따르면 50대 후반, 60대 초반 중장년의 상당수가 경비나 청소직 취업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사진: 아이클릭아트)

청소·경비 등 단순노무·서비스직 일자리만 존재
경쟁자 많아 취업자 극소수…갑질 당해도 '인내' 
정부·지자체 나서 중장년 일자리 체계 조성 필요

흔히 '아파트 경비'라고 하면 아무 자격 없이 쉽게 채용된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일반경비 업무는 단순노무 활동에 속해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 과거엔 그렇게 채용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사)한국경비협회로부터 전문교육을 받고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원주에 있는 (사)한국경비협회 강원지방협회에서도 한 달 100여 명의 교육생이 배출된다. 이들 상당수는 50·60대 퇴직자로 은퇴 후 재취업하기 위해 십여만 원의 수강료를 기꺼이 지불하고 있다. 그럼에도 구인·구직 사이트에 경비직 채용공고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 한 달에 5명 정도 채용될까 말까 한 구인시장에 수백 명의 경쟁자가 몰리고 있다. 

50대 후반·60대 초반 중장년 세대의 일자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베이비부머' 은퇴자는 쏟아지는데 이들이 갈 마땅한 직장이 없기 때문. 경비·청소직 등에 취업하려 해도 최소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생계나 자녀 양육 등을 위해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현실이 녹록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이다. 

지난해 강원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구직 신청을 등록한 사람만 1천900여 명에 달한다. 주로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정년퇴직자로 이들 대부분은 일거리를 찾아 새 인생을 살길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554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천300여 명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강제로 쉬는 것으로 보인다.

신민화 강원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은 "사회적으로 중장년 채용을 꺼려하는 분위기"라며 "연봉 2억 원씩 받다 은퇴하신 분, 대기업에서 퇴직하신 분, 고위공직에 계시다 정년퇴직하신 분들도 우리 센터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직장을 찾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 1분기에만 1천여 명 가까운 사람이 구직을 신청한 것.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많은 인원이다. 

중장년 일자리 대부분은 단순노무직  
은퇴 전 경력을 계속 이어가고 싶지만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많지 않다. 강원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만해도 열에 일곱은 경비·청소직을 알선한다. 모두 비정규직에 최저임금 일자리이지만 이도 못 구해서 하소연하는 이가 수두룩하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강원지역 중장년층 고용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년 일자리 대부분은 단순노무직이었다. 한은이 중장년층 취업자의 직업 숙련도(2020년 상반기 기준)를 살펴본 결과 중장년 취업자의 39.7%가 저숙련 일자리였던 것. 이 보고서에서 언급한 중장년의 범위가 만 30~59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 60세 이상의 저숙련 일자리 비중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강원본부 관계자는 "강원지역은 서비스 종사자의 비중이 가장 크고 단순노무와 농림어업 종사자 비중이 전국 평균을 상회한다"며 "저숙련 직업 종사자 비중은 전국 평균에 비해 높고 중·고숙련 직업 종사자 비중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강원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 따르면 50대 후반, 60대 초반 중장년의 상당수가 경비나 청소직 취업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사진: 아이클릭아트)

취업에 성공해도 직무 만족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어렵게 구한 경비·청소 일자리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갑질'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주민이 피우는 언사에 대응 한 번 못하고 참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파트 경비 김래울(65세·가명) 씨는 "직장 동료들이 인격모독에 가까운 시달림을 받은 적이 있는데 잘릴까 무서워 하소연도 못했다"라며 "은퇴 후에도 자녀들 교육이나 결혼자금을 보태려면 일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직장을 구한 사람은 나은 편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중장년은 지자체 '노인일자리'로 빠지거나 '귀농·귀촌'을 선택한다. 대부분 큰 수입을 거두기는 어려운 일자리다. 취재 중 만난 한 장년은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한탄할 때가 많다"며 "아무리 단순한 허드렛일을 한다 하더라도 자존감은 지켰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중장년에 맞는 일자리 체계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중장년에 맞는 일자리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취업시장에서 외면받는 중장년들을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것. 신민화 강원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은 "지금은 생산가능인구가 전체의 70%에 달하지만 2050년 경이면 40% 중반으로 낮아진다"며 "은퇴자 재고용을 위한 제도적,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장년을 위한 별도의 임금 체계도 도입되어야 한다고 했다. 중장년층 생산성이 40·50대와 같을 수는 없다는 것. 현재의 최저임금 체계가 중장년 취업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신 소장은 "60대 직원에게 젊은 직원들과 동일한 임금을 주면 동료 간의 불화가 될 것"이라며 "생산성은 낮지만, 조직에 충성도가 높은 중장년을 잘 활용하려면 그에 맞는 임금 체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만 40세 이상 중장년층의 취업을 돕고 있다. 생애경력설계프로그램을 통해 과거 인생을 돌아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재취업에 임해야 하는지 지도하는 것. 전직스쿨프로그램을 통해 퇴직 후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재도약프로그램으로 취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문의: 735-0971(강원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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