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하지만 유권자인 시민들은 아직도 대통령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 중심의 주요 언론들이 대통령직 인수위선회와 거대 양당의 진흙탕 싸움을 중계 방송하는데 몰두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 정당들이 대통령 선거에 올인하느라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 심사가 늦어지면서 선거까지 2개월이 채 남지 않았는데 누가 우리 동네 후보자로 출마하는지 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중·대선거구 문제로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선거구 조정도 이루어지지 않아 지역구를 결정하지 못한 시·도의원후보들도 있다.

 정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4월말이나 돼야 각 정당이 공천하는 후보자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유권자들 입장에서 보면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기간이 불과 30여일 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역대 지방선거에서도 정당공천 후보자가 일찌감치 확정된 경우는 없었다.

 중앙 정치권 입장에서 보면 누가 지역을 위해 일할 만한 적임자인지보다 누가 당을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공천 시기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또한 각 정당은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꼼꼼히 검증하길 원하지도 않는다. 누가 지역을 이끌어갈 인물인지 따지지 말고 정당을 보고 찍어 달라고 요구한다. 말로는 지방자치를 말하지만 실제는 지역정치가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 때문에 지방선거 때마다 정당공천 폐지를 요구하지만 아직도 그대로다. 법을 고쳐야하는 중앙 정치권이 지역분권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방자치, 지역분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선거풍토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 임하는 유권자의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각 정당이 인물, 능력 따지지 말고 우리 정당 후보를 찍으라고 선거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소속 정당이 어디인지 따지지 말고, 지방자치를 제대로 이끌어 갈 인물인지, 그럴만한 능력은 있는지를 따져보는 선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속 정당보다 시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하는 후보를 뽑자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또한 이번 선거만큼은 주민들의 정치역량을 키우고, 주민참여를 신장 시켜, 지방자치 2.0시대를 제대로 구현하려는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 차기 지방정부의 필수과제 중 하나는 성숙한 지방자치를 정착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때는 주민들을 위한 일꾼이 되겠다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당선되면 시민위에 군림하는 사람은 지방자치 2.0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후보들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공약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보자의 철학과 지도자로서의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바르지 못한 정치인은 두고두고 유권자를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