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지방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달아 오르지 않고 있다. 지역은 물론 전국적인 분위기는 아직도 대통령 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가 박빙으로 끝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선거 당선인의 행보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 정당도 본격적인 지방선거 체재로 전환하지 못해 정당 추천을 받아 입후보 하려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사실상 발이 묶여 있다. 게다가 선거구 개편, 광역 선거구 확대 등 지방선거 구도도 확정되지 않아 시·도의원 출마 예정자의 경우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를 놓고 저울질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방선거 후보자 정당 공천제 때문이다. 지역에서 정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이라면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해야 하는데, 후보자들 관심은 소속 정당으로부터 공천을 받는데 쏠려 있으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정당공천제 도입이후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지역 언론은 물론 전국 시도의회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했지만 법 개정 권한이 있는 국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여야 후보 모두가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당선된 후에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떤 후보도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이번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중앙 정치권의 시각은 대통령 선거 결과가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다. 지방선거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그 지역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정당 대결 구도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경우 소속 정당이 여당이냐 야당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특히 지방의원의 경우 소속 정당이 의정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지방분권 2.0 시대가 시작됐다. 아직 재정분권이 이루어지지 않아 완전한 지방분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치단체의 자율권이 예전보다는 많이 확대됐다. 그럼에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가 끝난 후에는 모든 지역 주민들과 지역 정치인들이 힘을 합쳐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지역 주민들의 선거혁신이 요구된다. 정당과 무관한 선거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후보자를 선택할 때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후보가 원주시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또한 후보자들도 자신의 정당을 내세우기보다 자신의 역량과 공약을 통해 유권자의 지지를 받으려고노력하는 선거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