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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거리 은행

곽병은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 전 이사장l승인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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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아파트에 왕진을 다녀보면 낮에도 술에 취해있는 분들이 간혹 계신다. 방에는 빈 술병이 많다. 식사는 주로 라면인 것 같다. 어려운 이웃에게 안정된 주거지가 지원되더라도 음주 습관은 개선되지 않았고 삶의 질은 그리 향상되지 않아 보인다.

 이런 경우 정부에서 지원되는 생활비는 주로 술값을 보태준 격이 된다. 어떤 당뇨환자는 기초생활수급비를 타기 전 건축 일을 다니면서 그런대로 건강 유지하면서 잘 살았는데 당뇨가 심해지면서 일을 못 나가게 되고 수급자가 되었다. 그러나 간혹 일을 나가고 싶어도 수급권이 탈락될까 봐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 일을 못 하니 살이 찌고 배가 나오고 당뇨 조절이 안 된다. 환자는 이런 복지가 어디 있냐고 병원에 와서 하소연한다. 수급권자는 수입이 없어야 하므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못하는 것이 아니고 안 하는 것이다. 일을 해 버는 돈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혜택이 더 많기 때문에 일 나가는 것을 포기하게 되고 삶은 나태해지고 건강도 나빠진다.

 이런 예는 지금 우리나라 복지 문제의 현실이고 복지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초생계비를 받아서 삶의 질이 좋아지고 만족하며 사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것이다. 수급비를 받아서 저축을 하고 또 자활사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정부의 생계비 지원 없이 살겠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이것은 어려운 사람을 더 빈곤에 빠뜨리고 정신과 육체의 병을 키워서 죽이는 복지라고 말 수 있다. 그러면 살리는 복지는 어떠한 것일까.

 우리나라 복지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정부에서 빈곤층에게 기초생활비를 주면서 어떻게 쓰라는 상담이나 교육이 없는 것이다. 사후관리가 안 되는 것이다. 빈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의 삶에서 소비 습관, 돈 관리를 잘못해서 빈곤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에 대한 접근이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매월 기초생활비를 지원해도 빈곤층의 가계재무구조는 개선이 안 되고 빈곤의 악순환만 하게 된다. 복지예산은 계속 늘어만 간다. 그래서 돈 관리 교육인 금융복지가 필요한 것이고 이번에 공동모금회의 나눔과 꿈 공모사업에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의 "갈거리 은행"이 선정되었다.

 전국 600여 개의 신청자에서 선정된 30여 개의 사업 중 5개 우수 사업에 '갈거리 은행'이 포함되었으니 객관적으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의 소액대출금 누계는 3억3천만 원이 넘었고 2021년 285명에게 금융복지상담을 해주었다.

 생활비를 주고 어떻게 사용하라고 상담과 교육을 해서 악화되어 있던 생활 소비 습관을 개선해서 스스로 빈곤의 어려움을 이겨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것은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빈곤이 더 높은 시대, 사람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시대에서 돈에 대한 인식, 복지에 대한 사고의 전환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기관에서 협동조합을 하는 곳도 없고 또 협동조합에서 복지사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곳도 없다. 더욱이 서민은행 역할을 하는 복지형 협동조합은 전국에서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 복지를 협동조합방식으로 실천하자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인격체로 존중받고 서로 돕고 결국 자립하는 것이 목표인 협동조합 정신이다. 

 역사는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원주가 한국의 사회복지와 협동조합에서 복지형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많은 분의 관심과 사랑이 모여서 "갈거리 은행"이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희망이 되기를 소망한다.


곽병은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 전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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