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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에 대한 애착인지, 사랑인지

아뿔싸! 그 행동이 평생의 굴레가 될 줄 그 당시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직접 처리했어야 뒷말이 없었을 텐데 잔꾀를 부린 거다. 할아버지가 된 지금도 나는 원망을 듣는다 이재건(무실동)l승인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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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덕질이 있을까? 아들 내외의 손녀 출산일로부터 270여 일. 집사람은 손녀의 사진과 동영상을 매일 보지 않으면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에스엔에스로 접해 오다가 손녀 백일 때 겨우 손수 안아 본 후 아내는 더욱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왜 사진을 보내지 않느냐고 아들을 채근한다.

 3교대 근무로 피곤할 아들은 염두에 두지 않고 하루가 마감될 즈음까지 사진이 오지 않으면 독촉하는 거다. 나는 말린다. 이삼일 또는 일주일에 한 번 몰아서 보면 안 되겠냐고. 집사람은 고집을 꺾지 않는다. 내 탓인가? 사연을 풀어 본다. 

 3포세대를 넘어 5포세대와 7포세대까지 회자되는 시류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걸 기본으로 하여 인간관계까지 놓아 버리고 소확행과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MZ세대의 몸부림과 저항의식까지 엿볼 수 있는 조어이다. 한창 나이 때 무엇 하나 강점이나 장점으로 내세울 게 없었던 나는 직장이나 가정에서나 매사 야무지지 못한 상태에서 2세를 삼십대 중반에 어렵게 보았다.

 결혼생활 5년이 지나도록 자연임신이 되지 않으면서 2세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집사람의 고민을 나는 무심히 그냥 애 없이 둘이서 살자곤 했다. 우여곡절 겪으면서 출산 즈음에 내심 아이는 한 명만 원했는데 쌍둥이가 태어났다. 애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쥐뿔도 모르면서 아들과 딸 양육의 부담감이 어깨를 무겁게 눌렀다.

 아이를 아예 낳지도 않는 현재도 아니건만 세상살이에 자신감이 부족했던 아비는 우선 떠 올랐던 생각이 둘이나 잘 키울 수 있는 건가 하는 미래의 부담감과 불안감이 앞섰던 거다. 의료진의 축하의 덕담이 오가는 사이 웬걸 하나도 축복으로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남자들의 출산휴가도 없던 시절, 돈 벌어 온다는 걸 무기 삼아 양육을 전적으로 아내에 의존하며 육아에 돌입했다.

 알파걸도 힘들어 한다는 육아의 어려움을 직접 또는 집사람의 어깨너머로 간접 체험하면서 그저 애비는 웃는 아기만 잘 볼 뿐이라 하던데 딱 그 모습이었다. 칭얼대거나 울면 기저귀를 열어 보곤 했는데 쉬이면 무난히 천기저귀를 갈아 주었지만 응가이면 교체를 멈추고는 애들 엄마를 불렀다. 아뿔싸! 그 행동이 평생의 굴레가 될 줄 그 당시 전혀 의식을 하지 못했다. 직접 처리했어야 뒷말이 없었을 텐데 잔꾀를 부린 거다.

 3세 그러니까 손녀가 태어나고 할아버지가 된 지금도 나는 원망을 듣는다. 무심하게 넘겼고 기억도 희미 하지만 기저귀 하나 손수 갈아주지 않고 애들 목욕도 서툴러 집사람이 투입되는 등 쌍둥이 키우는 동안 당신이 기여한 게 뭐가 있냐는 식이다. 철이 들기 전 너무 집사람에게 또한 가족에게 희생적이거나 이타적이지 못했던 걸 반성한다.

 핑계를 대자면 32년여 직장 일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마케팅에 힘 써왔고 돈 벌어다 주면 남편의 역할은 나름 하는 거라는 의식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 둘을 성장시키느라 집사람을 너무 혹사시킨 원죄인지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다. 세월이 흘러 성년이 된 쌍둥이중 한명은 딸까지 본 대기업 직원, 또 하나는 아빠찬스 1도 없이 자력으로 인턴이 된 지금 가족에게 보은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생각해 보았다.

 아비로서의 자신감 부족을 극복하여 준 집사람과 쌍둥이에게는 물론 갓 태어난 손녀에게도 확실하게 떠오르는 방안이 없어 보여 막연하다.  우선 아내가 매일 반기는 손녀 증권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건가? 두 번 살 수 없는 인생길, 모든 것 뒤돌아보아야 이해가 된다는 범부의 고백이고 회한이다.
  


이재건(무실동)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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