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산골프장 개발현장. 사진 중앙에 시유지를 훼손해 개설한 도로가 보인다. 공대위는 사업자 측이 벌목과 토목공사 진행 과정에서 시유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개설, 공사용 덤프트럭과 중장비 이동통로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시민공대위, 멸종위기종 조사도 부실 공동조사 촉구
원주지방환경청, 이행조치 확인 공동조사 요건 검토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마구잡이식 벌목으로 논란을 빚은 개발 사업자가 시유지는 물론, 생태 환경이 우수해 원형보전 명령을 받은 땅까지 무단 훼손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여산골프장 시민공동대책위원회(대표: 김규돈 성공회 원주교회 신부, 이하 공대위)'는 지난 23일 시의회 모임방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여산골프장 개발 사업자 측이 공사 과정에서 시유지 임야를 무단으로 훼손하고 개발 대상지 내 멸종위기종 조사를 거짓과 부실로 수행한 현황을 추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대위에 따르면 사업자 측은 벌목과 토목공사 진행 과정에서 시유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개설, 공사용 덤프트럭과 중장비 이동통로로 활용했다. 이중 일부는 산림 생태가 우수한 원형보전지다. 공대위는 "원주시는 골프장 사업지 내 시유지 무단 훼손 여부를 즉각 조사하고 사실로 확인되면 사용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와함께 사업자 측이 환경영향평가서 재협의 및 보완을 위해 작성하면서 수행한 포유류 분야 조사 결과를 근거로 멸종위기종 서식 현황을 자체 조사한 결과 심각한 거짓·부실 조사 현황을 확인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여산골프장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시의회 모임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영향평가 공동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규돈(성공회 원주교회 산부) 공대위 대표, 이규옥 주민 대표, 하동우 원주한살림 사무국장, 이승현 공대위 사무국장.

사업자 측 멸종위기종 조사에서는 사업부지 내에서 삵 8곳, 담비 1곳, 하늘다람쥐 13곳의 서식 흔적이 확인됐다고 되어 있지만 공대위가 조사한 결과 담비 5곳, 하늘다람쥐는 무려 60곳에서 서식 흔적을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이승현 공대위 사무국장은 "공대위가 조사한 면적은 벌목이 시행되지 않은 골프장 대상지 내로 사업자 측이 조사한 면적의 절반에 불과해 실제로는 멸종위기종이 더 광범위하게 서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원주지방환경청은 즉시 환경영향평가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 법정보호종의 거짓·부실 조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환경영향 재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원주시도 지난 15일 현장점검을 통해 시유지 훼손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주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원형존치구역 내 산림 699㎡를 무단 훼손한 사실을 적발하고 복구를 명령했다"면서 "일단 오는 10일까지 사실확인서 및 복구설계서를 제출받아 검토한 뒤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사업자 측은 훼손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신경호 ㈜구학파크랜드 본부장은 "폐기물법상 벌목 후 60일 이상 방치하면 안 되는 데, 시유지를 통과하지 않고서는 벌목한 목재를 빼낼 방법이 없어 부득이하게 도로를 개설했다"면서 "하지만 폐기물 반출 이후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또 "정확한 훼손 면적을 파악하기 위해 측량을 한 뒤 문제가 된 부분은 외부업체를 선정, 원상 복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대위가 제기한 멸종위기종 서식 현황 거짓·부실조사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자의 인식이나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측정 과정에서도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거리를 뒀다. 신 본부장은 "지난 6일과 7일 양일간 전문가를 통해 멸종위기종 서식 현황을 다시 조사했고, 이를 토대로 28일까지 원주지방환경청에 그 결과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여산골프장 환경영향평가 문제 및 공동조사와 관련, 지난 24일 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은미(정의당, 사진 중앙) 국회의원이 주관했다.

한편 지난 24일 시청 회의실에서는 여산골프장 환경영향평가 문제 및 공동조사와 관련, 간담회가 열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은미(정의당) 국회의원이 주관한 간담회에는 공대위 대표들과 지역주민, 원주지방환경청과 원주시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최근 마구잡이식 벌목과 시유지 훼손, 환경영향평가서 부실 작성 의혹 등 여산골프장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간담회에 기대감이 높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대책위는 훼손수목량 감소 및 부실조사, 환경연구원의 입지 재검토 의견에도 불구, 조건부 승인이 난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며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원주지방환경청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훼손수목량 감소 이유를 설명하면서 "조사과정에서 카운팅 착오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거나 입지 재검토를 요구한 환경연구원 의견과 달리 조건부 승인을 한 이유에 대해 "환경연구원 의견을 모두 따르는 것은 아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원주시도 시유지를 매각하기 전 개발행위가 가능하도록 허가 내용을 수정하고 용수문제, 건천화, 지방도 문제 해결방안 등이 제외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강은미 국회의원은 "환경부와 원주지방환경청, 그리고 원주시청 행정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절차적, 내용적 문제를 확인해 더 이상의 갈등이나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공동조사 방안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이에대해 이창흠 원주지방환경청장은 "지적하신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행명령에 따른 사업자의 조치와 현재 진행 중인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 면밀하게 검토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