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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부면 김수기·박현숙 부부

"실패 경험이 성공 밑거름 됐어요" 최다니엘 기자l승인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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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평 하우스서 1억 매출…농협 '이달의 새농민상' 

"수십 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다 15년 전에 농업으로 전향했어요. 농업은 정년이 없고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없잖아요. 식물하고 대화하면서 자라나는 걸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네요." 판부면 김수기(60)·박현숙(57) 부부의 이야기다. 

25년간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손에 흙 묻히고 살고 싶어 귀농을 결심했다는 부부. 농업으로 인생 이모작을 일구며 만족스러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500평(1천653㎡) 규모의 작은 하우스를 운영하는데 지난해 1억 원 이상의 조수입을 거뒀다. 농협중앙회는 이를 높이 평가해 이들 부부를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했다.

새농민 운동은 지난 1965년 농협중앙회 창립 4주년 즈음에 시작된 운동이다. 한국전쟁 등으로 피폐해진 농촌사회를 재건하고 농촌 지역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때부터 농협중앙회는 자립·과학·협동의 새농민 3대 정신을 앞장서 실천하는 농가 부부에 '이달의 새농민상'을 수여하고 있다. 

김수기·박현숙 씨는 농사에 뛰어들기 전 단구동에서 초·중학교 입시학원을 운영했다. 한때는 10여 개 클래스를 운영할 정도로 학원이 잘 됐는데, 학령인구가 줄면서 문을 닫았다.

돈도 돈이지만 아이들 성적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수업이 없는 오전에 텃밭을 가꾸며 마음을 달래곤 했는데 학원을 정리하고부터는 판부면에서 농사를 본격 시작했다. 천마, 영지 등 돈이 될 만한 것은 전부 도전했는데 농사 경험이 없어 모두 실패하고 만다.

김수기 씨는 "나름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좋으니 아내도 크게 실망하던 눈치였다"며 "마음을 가다듬고 파프리카 농사를 시작했는데 결국 수업료만 거하게 물고 끝이 났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실패 경험이 끝내는 약이 됐다. 마지막으로 모종 농사를 결심하고 이를 시작했는데 대박이 터진 것. 7년 전부터 판부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모종을 팔아 소비자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박현숙 씨는 "고객들이 '이따위 모종을 팔면 어떻게 해'라고 항의할까 봐 처음부터 공을 들였다"며 "재배가 까다로운 파프리카를 키우면서 쌓았던 농사 경험이 모종 농사를 하는데 약이 됐다"고 말했다. 육묘 농사는 그야말로 육체와의 싸움이었다. 농약을 주지 않고 좋은 모종을 길러야 하니 밤낮 쉴 새가 없었다.

집은 단구동인데 하루 24시간을 판부면에서 떠나지 못할 정도였다고. 박 씨는 "처음 나가는 물건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다행히 소비자들 반응이 좋았다"며 "초반에 모판 수백 개를 버리는 실수도 했지만, 지금은 안정적으로 모종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막힌 운도 따랐다. 육묘 농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원주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도입됐던 것. 도매시장에 농산물을 납품하면 최상급이 아닌 이상 제값을 받기 어려운데, 로컬푸드 직매장은 급에 따라 가격을 매기니 소득에 보탬이 됐다.

김수기 씨는 "요새는 코로나로 식당 소비가 줄어 공판장에서도 농산물이 잘 안 나간다"며 "대신 로컬푸드 직매장은 거래가 꾸준하고 제값을 받을 수 있어 백 평 이백 평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수기·박현숙 부부는 2월부터 5월까지는 하우스에서 모종을 기르고,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로컬푸드를 생산한다. 모종 사업으로 한 해 7천만 원, 로컬푸드 직매장에선 3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농사 초창기 연 3천만 원의 매출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한 실적이다. 판부농협 배경수 조합장은 "품질이 뛰어난 모종을 저렴한 가격에 파니 소비자나 농업인 모두 이들 부부를 좋아한다"며 "근면 성실한 모습에 조합장인 저로서도 늘 흐뭇하다"라고 말했다. 

김수기·박현숙 부부는 새농민상을 계기로 품질 향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기후가 변화하면서 원주에 맞는 모종을 발굴하고 과학 영농에도 투자할 생각인 것. 고객에게 받은 사랑을 좋은 품질로 갚아나가겠다는 포부다.

박현숙 씨는 "앞으로도 신선하고, 맛있고,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농산물을 생산할 것"이라며 "농장에 스마트팜을 도입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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