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선출직을 뽑는 선거철이면 당연하리만치 화면과 지면을 채우는 단어들이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요즘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는 물론 그 후보자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의 입에서도 매일 매일 수도 없이 튀어나오고 있는 단어들. 포률리즘, 네거티브, 카르텔, 커뮤니티, 가스라이팅, 프레임 등의 외래어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라고 물으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만18세 이상의 모든 남녀라고 답할 것이다. 특수 계층이나 일정 학력 이상을 수료한 특정인들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닐진데 과연 선거권을 갖은 전체 유권자 중에 이런 외래어를 오롯이 이해하고 그 문맥을 정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거리에 나가 마주치는 불특정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이런 단어들의 의미를 묻는다면 그 물음에 정확히 답변하는 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 내가 궁금해 내 주변인들에게 질문해 보니 정확하게 답변하는 이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선거 토론이나 유세현장 연설은 전문지식을 논하는 자리도,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도, 신문물에 대한 설명의 자리가 아니다. 유권자를 이해시키고 후보자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각종 공약 사항을 정확히 전달하여 유권자로 하여금 자신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고학력에서 저학력까지, 어린 유권자에서 연로한 유권자까지 모두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 이해하고 일부 계층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쓸까?

 어려운 한문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백성들을 가엾이 여겨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숭고한 정신을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특권을 더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 한글을 언문이라 천대하며 낮추어 말하던 사대부들의 썩어빠진 사대주의 사상이 오늘날 외래어를 써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들에게 그대로 옮겨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교통망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통신망이 나날이 발전하여 우리의 삶이 세계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우리의 언어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외국인을 상대할 때는 당연히 외국어를 써야 할 것이고, 외국문화나 외국 문물에 대해 말할 때 적절한 한국어 단어가 없다면 외래어를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권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하는 언어는 한글을 알고 한국어를 안다면 모두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토론이나 주장이나 공약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함이 그들의 책무가 아닐까 한다.

 나는 감히 요청한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이여. 국민에게 하는 말이라면 국민 모두가 알아듣고 모든 국민이 그대들의 주장과 공약들을 어려움 없이 이해하도록 말해 국민이 정확한 판단을 하도록 말해 달라고. 그래서 학력, 성별, 나이 구분 없는 소통, 높고 낮음이 없는 소통, 친분 여부와 관계없는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그대들이 목청 높여 외치는 공정사회가 만들어지게 해 달라고….

 오늘날 그대들이 의식하지 않고 내뱉는 외래어가 소통을 방해할뿐더러 고귀한 한글 창제의 숭고한 정신을 욕되게 할 수도 있음을 한 번쯤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자들이나 그 추종 세력들이 대한민국 유권자들에게 말을 전함에 있어 일부 유권자들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외래어를 섞어 써야 멋있어 보이고 고급져 보인다는 어리석은 사고에서 비롯된 외래어 사용이 아니라면 적절한 단어를 찾아서라도 한국적 언어로 말해 전 유권자들이 알아듣고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말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

김한열 원주자유시장번영회 부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