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설동 한옥마을 조성사업이 무산되기에 이른 건 밀실 행정 또는 소통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약 1년 6개월에 걸쳐 특혜 논란이 거듭되면서 원주시 행정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행정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업은 지난 2020년 6월 원주시와 향토기업인 J사가 시청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J사가 관설동에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조건으로 원주시에서 진입로를 개설해준다는 협약이었다. 그러자 즉각 특혜 논란이 일었다.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는 사업에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이었다. 또한, 맹지에 진입로가 생기면 땅값은 급등한다. 한옥마을 조성 예정지도 땅값이 뛸 게 눈에 보였다. 원주시는 한옥마을을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였다. 간현관광지 출렁다리로 인해 원주시 관광산업의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민간자본으로 한옥마을이 조성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사업을 진행한 방식이다. 사전에 공개공모를 시행했다면 사정은 달랐을 수 있다. 원주시에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사업에 참여할 업체를 모집했다면 특혜 시비를 차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주시와 J사가 협약을 체결할 때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밀실 행정이 자행됐다는 지적을 자초하기에 충분했다. 원주시는 특혜 논란이 불거진 이후 공개공모에 나섰지만 불신을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건에 대해 원주시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진 못했다. 

 작년 4월 원주시는 '원주시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를 제정했다.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시설은 설치에 앞서 반드시 시민에게 알리도록 규정한 조례이다. 태장2동 고형연료제품 제조공장, 호저면 만종리 장례식장, 지정면 안창리 오염토양반입시설 등 기피시설 건립이 추진될 때마다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다. 이 조례가 제정됨으로써 기피시설 건립이 추진된다는 걸 미리 지역주민에게 알림으로써 사회갈등 발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한옥마을이 기피시설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가 선행됐다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 원주시는 각종 행정행위를 법에 따라 공개하고 있다. 원주시의회 심의도 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조례, 규칙도 그중 하나이다. 시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조례 제·개정은 원주시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알 수 있다. 일반 시민이 접근하기엔 무리다. 갈등유발 예상시설을 미리 고지하는 것처럼 주요 시책사업을 사전에 홍보하는 방식을 강구해야 한옥마을과 같은 사례를 방지할 수 있다.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는 사업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업도 알 만한 사람은 꿰뚫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모든 사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의견을 묻는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게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