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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와 건강 기원하는 축제, 대보름

일 년 중 첫 번째 보름달인 정월 대보름에는 풍요로운 한해 농사를 기원…정월 대보름 풍속은 마을 주민들이 집단으로 행하는데, 서로 도왔던 농업공동체였기 때문 박종수 원주시 학예연구관l승인20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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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달은 일 년에 열두 번 볼 수 있지만 1월(정월)에 만나는 보름달은 특별히 의미를 부여해서 대보름, 상원(上元), 원소절(元宵節)이라 한다. 일 년 365일 중 첫 번째 해가 뜨는 날을 설날이라 하여 특별하게 기리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농업이 주요 생업이었던 조상들은 자연과 천문현상에 순응하며 살았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일 년을 24절기로 구분하고 절기마다 해야 할 농사일을 정해 놓고 실천했다. 해는 양(남성)의 속성을 가지고 농사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만, 음(여성, 대지)의 속성을 가진 달은 풍요를 주관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일 년 중 첫 번째 보름달인 정월 대보름에는 풍요로운 한해 농사를 기원하고, 팔월 보름인 한가위에는 풍요에 대해 감사의 의미를 담은 풍속이 많이 전해온다.

 24절기가 옛 사람들의 고된 노동 일과표라면 대보름과 한가위는 풍요를 기원하고 감사드리는 축제 일정표라 할 수 있다. 정월 대보름의 풍속은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집단으로 행하는데 지금처럼 농기계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 마을은 주민이 농사일을 서로 도왔던 농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대보름날 저녁 달맞이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떠오르는 달을 보며 농사를 미리 점치는데 달빛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장마가 길고, 달의 사방이 짙으면 풍년이고, 옅으면 흉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또 달을 보고 풍년과, 득남, 무병 등 소원을 빌기도 했다. 

▲ 흥업면 매지리 회촌마을에서 정월 대보름을 맞아 달집태우기를 하는 모습.

 대보름의 대표적인 풍속인 달집태우기는 마을 공터에 짚이나 소나무 가지를 높이 쌓아 달집을 만들어 놓고 달이 떠오르면 불을 붙여 태우는데 달집이 잘 타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달집태우기와 함께 횃불로 논두렁을 태우는 쥐불놀이는 논두렁을 태우면 잡초와 병충해가 사라지고 재가 거름이 되어 농사가 잘된다고 한다.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하는 풍속이니 사람들의 신명을 돋우는 농악은 필수였다. 서낭당에서 고사를 올리고 마을을 돌며 복을 축원하는 지신밟기도 정초부터 대보름까지 이어지는 풍속이다. 원주에도 마을마다 농악대가 있었고 농악과 달집태우기 같은 대동놀이가 전해왔다.

 가장 규모가 큰 농악대는 행구동에 있는 오리현 농악이었다. 오리현 농악은 도시화로 구성원이 흩어져 전하지 않고 지금은 흥업면 매지리 회촌 농악이 원주 농악의 명맥을 잇고 있다. 

 대보름에는 특별한 음식을 먹었는데 모두 한해의 행운과 건강을 바라는 기원이 담겨 있다. 찹쌀, 수수, 조, 검은콩, 붉은팥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지은 오곡밥을 먹는다. 다른 성을 가진 세 집 이상이 나누어 먹으면 그해 운이 좋다고 하여 서로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오곡밥과 함께 박나물, 가지, 호박, 무청, 고사리 같은 묶은 나물을 먹는다. 밤, 호두, 은행 잣 같은 견과류를 먹으며 '부럼이요'를 외치는 부럼깨물기는 부스럼을 예방하고 치아가 튼튼해지기를 바라는 풍속이다. 또 데우지 않은 맑은술을 보름날 한 잔씩 마시면 그해에 귀도 밝아지고 정신도 맑아진다고 하여 귀밝이술을 먹었다.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으려고 대보름날 오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러 대답하면 '내 더위 사라'라고 말하는 '더위 팔이'도 대보름 풍속이다.

 정월 대보름날 소초면 둔둔리에 전해오던 달맞이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원주만의 특별한 풍속이다. 세조가 왕위에 오르자 단종을 따르던 충신들은 관직을 버리고 시골로 들어가 은거하였는데 그중 포천 현감 권침은 원주 소초면 둔둔리에 숨어 살았다. 천문현상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권침은 정월 보름달이 뜨는 위치에 따라 농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한해의 농사를 계획할 수 있는 월계도(月計圖)를 만들었다. 

 월계도는 둔둔리에서 바라보이는 도덕산과 짚신봉, 성재, 범든바위골, 독바위골 같은 지형을 방향에 따라 60갑자로 도식화하고 정월 대보름날 달이 떠오르는 것을 관측하여 그해 풍작이 될 농작물과 가뭄과 홍수를 예측하였다. 월계도에 따르면 갑자지간에서 달이 뜨면 콩이 잘되고, 을축지간에서 뜨면 가물고, 병신지간에서 뜨면 장마가 지는데 이것은 권침이 오랜 관측을 토대로 작성하고 관란 원호의 도움을 받아 완성하였다.

 권침이 매년 정월 대보름날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관찰한 곳을 망월대(望月臺)라 한다. 보름날 풍년을 기원하는 풍속은 여러 지역에 전해 오지만 달이 뜨는 위치를 관측하고 분석하여 한해의 농사를 계획한 풍속은 원주가 유일하다. 처음 농업인의 날을 정한 원주다운 대보름 풍속이다.


박종수 원주시 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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