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5일 원주시장 집무실에서 원창묵 시장과 퇴임 인터뷰를 했다.

지난 2010년 원주시장으로 첫 취임했던 원창묵 시장이 3선 연임 제한으로 지난 28일 퇴임했습니다. 원 시장은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 선거에 도전하며,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민선 5기부터 7기까지 11년 7개월간 원주시장으로 재임하는 과정에서의 소회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시장실에서 진행했습니다.

 

원주시장으로 재임하는 12년 동안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은 무엇입니까?

2010년 원주시장에 당선된 뒤 도시설계, 도시공학 전문가로서 잿빛 군사도시를 어떻게 매력적인 도시로 바꿀 수 있을지부터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친수도시와 공원도시였어요. 원주천 상류에 만드는 원주천댐과 학성동 저류지에 조성하는 호수공원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단계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행구공원 저수지를 활용한 수변공원, 종합운동장 보물섬 물놀이장, 매지호수 둘레길 등이 모두 친수도시로 계획한 시설물입니다. 이러한 시설은 시민 건강증진은 물론 관광 활성화로 연계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선정과 법정 문화도시 지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취임 초기만 해도 원주시는 춘천시와 비교해 문화예술 분야에서 한참 뒤처져 있었지만 지금은 춘천시를 넘어섰다고 자부합니다. 소금산 그랜드밸리도 보람 있는 사업이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제가 직접 순환형으로 설계했습니다. 소금산 출렁다리에서 출발해 데크산책로, 하늘정원, 소금잔도, 스카이타워, 울렁다리,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됩니다. 판부면 금빛 똬리굴도 완성되면 소금산 그랜드밸리 못지않게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합니다. 반곡역에서 관광열차를 타고 똬리굴로 들어가 환상적인 경관조명 등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관광자원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기에 성공을 자신합니다.

시민 주도형 축제인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은 2018년 문화관광 유망축제에 이어 2019년 우수축제로 선정되는 등 축제의 내실을 굳건히 다져왔습니다. 해외에서 참가하는 댄서 규모가 1천600명이 넘는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한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축제입니다.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사회적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축제로 성장할 것이라고 봐요.

 

반면에 아쉬움이 남는 일들도 있을 것 같은데…

소금산 그랜드밸리가 완성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임기가 끝나 아쉽습니다. 현재 소금산 출렁다리까지 가려면 578개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노약자 등이 오르기에는 무리가 있어 임기 중 케이블카까지 완공하려 노력했습니다만 아쉽게도 완공하진 못했어요. 어떻게든 끝내려고 했는데 안 돼서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도 에스컬레이터와 하늘정원은 오는 4월이면 공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화훼특화관광단지 조성사업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사업은 주관사로 참여했던 코오롱글로벌이 중도에 빠지면서 문제가 됐는데, 적어도 오는 3∼4월이면 투자자 유치 등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겁니다.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사업도 향후 2∼3개월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 중 하나도 도지사에 당선돼 이러한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입니다.

 

향후 원주 관광산업의 비전을 전망하신다면?

일단 큰 틀에서 원주 관광산업의 밑그림은 그려놨다고 생각합니다. 소금산 그랜드밸리와 금빛 똬리굴만 해도 코로나가 끝나면 연간 200만 명 이상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최근 개통한 호저면 산현리 자작나무숲 둘레길에는 수목원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칠봉체육공원을 시작으로 섬강을 따라 걷는 4㎞의 둘레길은 들판과 강이 어우러진 멋진 풍광을 자랑합니다. 잣나무숲을 지나 자작나무숲으로 연결돼 신비롭고 아름다운 숲을 만끽할 수 있어요. 자작나무숲을 테마로 하는 수목원에는 숲속미술관, 놀이터, 습지원을 조성하게 될 것입니다.

판부면 서곡리에 조성하는 백운산 농촌테마파크에도 큰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겁니다. 백운산 농촌테마파크는 사계정원, 체험온실 등 체험관과 휴양시설을 갖출 예정입니다. 또한, 꽃양귀비축제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백운산과 서곡저수지를 활용한 둘레숲길도 만듭니다. 현재 공원조성계획 수립과 실시설계 용역이 진행 중이며, 올해 보상하고, 내년이면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외에도 문막읍 반계리은행나무, 신림면 성황림 등 곳곳에 관광자원을 개발합니다. 중앙시장과 미로시장에 강원감영을 연계한 관광상품도 충분히 매력적인 자원이에요.

저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얼마 전 경주를 다녀왔는데, 황리단길 등에 20∼30대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모습을 봤어요. 경주하면 떠오르는 게 불국사, 석굴암 등을 다녀가는 노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왕릉을 활용한 드넓은 잔디광장과 곳곳에 계절 꽃을 심어 젊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었어요. 경주와 비교할 만한 곳이 부여인데, 부여에는 롯데그룹이 4천억 원을 들여서 사비성을 복원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부여는 찾는 사람이 없어요. 경주와 부여를 비교하면서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원주시는 아직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할 일이 많습니다.

 

3선 제한으로 원주시장직을 내려놓게 됐는데, 차기 원주시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구상하고 추진했던 사업 대부분은 완료됐습니다. 대부분 이미 예산이 투입돼 차기 원주시장이 다시금 손을 대기는 어려울 겁니다. 호저면 산현리 자작나무숲 수목원도 도시계획 수립단계이고, 판부면 서곡리 백운산 농촌테마공원도 보상 단계여서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차기 원주시장께서는 창조적인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원주 관광산업 활성화에 매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은 시민들과의 토론과 간담회를 통해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시의원에 이어 시장까지 20여 년을 원주시를 위해 일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습니다.

모든 사업이 어려웠습니다.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성취해 나갔습니다. 그중 중앙근린공원 2구역 조성사업은 도시공원 일몰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던 LH에서 갑작스럽게 사업을 포기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당시 시간이 촉박해 우리 직원들도 더 이상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담당 국장과 과장을 불러 세부 지침까지 제시하면서 가까스로 살렸습니다. 원주시가 민간공원으로 조성하려 했던 이유는 공원 조성에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가까스로 기사회생시킨 덕분에 시비 1천600억 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었어요.

취임 초기 국방부를 설득해 1군수지원사령부 이전 위치를 호저면 상만종으로 변경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서원주역이 화물역에서 여객역으로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과감히 1군수지원사령부 이전 위치를 변경하자고 요구할 수 있었고, 저의 확신은 적중했다고 자부합니다. 서원주역이 여객역으로 바뀌었고, 여주∼원주 전철이 복선으로 확정돼 원주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속철도가 복선으로 3개 역에 정차하는 수도권 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원일로와 평원로를 일방통행으로 전환한 것도 많은 어려움에 있었기에 기억에 남습니다.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미리 사퇴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닥친 상황이어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에 합류해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또한, 제가 도지사가 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많은 사업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도시설계, 도시공학 전문가로서 강원도 관광산업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쾌적한 관광 강원을 만들기 위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원주시장을 마무리하면서 원주시 공직자와 시민들에게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12년간 원주시정을 책임질 수 있도록 믿고 맡겨주신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좀 더 잘할 걸이란 아쉬움과 좀 더 열심히 할 걸이란 아쉬움이 남지만 돌이켜보면 그동안 이루어낸 모든 성과는 시민들께서 공감해주시고 함께 해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면서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행복했습니다. 성과에 만족하고 기뻐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직원들의 헌신에도 감사드립니다. 저의 힘든 요구를 직원들은 자기 일처럼 묵묵히 해냈습니다. 원주천 댐, 정지뜰 호수공원 모두 직원들의 이런 헌신 덕분에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원주시장의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원주를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겠습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