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6일 저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 공직비위 척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29일에는 비위 척결 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음해와 협박, 명예훼손과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원주경찰서에 모두 고발 조치했습니다.

 보훈공단은 국가보훈처 유관 공공기관으로 약 8천 명에 이르는 직원과 1조3천억 수준의 예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직원 대다수는 국가유공자를 섬기는 일과 코로나 감염병 대응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고위직의 조직적인 비위는 그 선을 넘어 자정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에 부득이 기자회견과 사법적 조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사문서를 조작하여 생애 첫 직장의 수습사원을 두 번이나 부당해고하고 2차 가해까지 하여 결국 사직하게 하였고, 간부들은 사회복지사 허위실습을 통해 자격을 부정 취득하였으며, 감사실 등 간부들의 법인카드 부당집행 내역은 수 천만 원에 달합니다.

 수 십 억대의 복권기금도 불법 전용했고, 장기요양보험 허위 청구로 공단이 지불해야 할 환수금과 과태료만 60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모 간부는 자신의 논문 지도 교수들에게 지속적으로 자문료를 지급하고, 계획에도 없던 수 천 만원대 연구용역까지 수의계약으로 체결하였고, 퇴직자가 연루된 업체와의 납득하기 어려운 계약도 수백억대에 이릅니다.

 제가 지금까지 거론한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직원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공단 감사실 스스로가 비위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어 공단 내부에서 문제를 정상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주무부처인 보훈처의 종합감사 당시 감사반장에게 각종 비위 의혹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그 심각성을 전달하였으나 이후 어찌된 연유인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국정감사를 통한 문제 지적과 일부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공단 내부는 우선 큰 비만 피하자는 속셈으로 관련 사안의 은폐와 축소가 계속되고, 오히려 일부 비위 혐의자들이 중심이 되어 내부 고발자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에 제 임기 내에 더 이상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공직 비위와 부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고의적인 문서제출 거부와 위조, 삭제 등 도를 넘은 내부저항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나 블라인드 익명 게시판을 이용하여 허위사실을 광범위하게 유포하고, 저에 대한 조직적인 음해와 협박, 모욕주기를 통해 비위를 밝히려는 업무를 노골적으로 방해하였는데요. 비위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날수록 그 강도는 심해져 갔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저는 공단 부패와 비위 척결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부패와 비위는 항상 불공정한 인사를 동반하여 조직의 역량을 약화시킵니다. 불법한 행위를 사주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인사상의 혜택을 주는 것이 공직 비위의 특성으로 이를 방치하면 대다수 정의롭고 성실한 직원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점점 무기력하게 됩니다. 결국 부패와 비위는 공공조직을 내부에서부터 균열시켜 조직 역량을 약화시키고 그 불이익은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정부의 감독기구와 사법 당국의 철저한 감사와 수사를 다시 한 번 요청합니다. 공단의 부패와 비위를 척결하는 것이 결국에는 대다수 선량하고 성실한 공단 직원들을 보호하는 일이며, 나아가 국가유공자를 섬기는 본연의 업무를 강화하는 길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해결되는 그 순간까지 저는 저의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최혁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관리이사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