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의회 의원 9명은 지난 5일 도청사 신축부지 결정의 공론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4일 강원도가 춘천 옛 캠프페이지에 도청사를 신축하겠다고 발표한 뒤 각계의 비판에 휩싸였다. 공론화를 통한 도민 참여와 숙의 과정이 결여된 졸속 결정이라는 비판이다. 캠프페이지는 작년 11월 춘천시에서 제안했고, 불과 두 달 만에 강원도가 신축장소로 결정했다.

강원도는 전체 도민이 아닌 춘천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뒤 춘천시민의 여론에 따라 캠프페이지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도청사는 도내 18개 시·군 도민 모두 편리하게 이용해야 하는 시설인데, 춘천에 신축한다고 춘천시민의 목소리에만 귀를 연 것이다.

최종 결정은 차기 도정에 맡기겠다고 기존의 공식 입장과도 배치된다. ‘신청사 건립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안)’을 부결시키며 공론화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강원도의회 의견도 무시한 결정이다. 행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창묵 시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캠프페이지 이전 결정의 재고를 강원도에 요청했다. 캠프페이지에 신축하면 교통지옥이 불 보듯 뻔해 도청사를 이용하는 도민의 불편이 우려된다고 원 시장은 설명했다. 춘천역, 체육시설, 어린이공원, 학교가 밀집한 시내 중심지역이어서다.

또한, 캠프페이지는 규모가 너무 작다고 원 시장은 지적했다. 상주 근무 인원이 872명인 원주시청 부지면적은 11만㎡이며, 727명이 근무하는 강릉시청 부지면적은 14만㎡이다. 그런데 1천790명이 근무하게 될 도청사를 짓는 캠프페이지 부지는 6만㎡에 불과하다.

이곳에 연면적 11만㎡ 규모의 건물을 지으려면 지하주차장은 깊게 파고, 건물은 높게 올리는 수밖에 없어 고비용, 저효율 청사가 우려된다. 이는 곧 이용자인 도민 불편으로 이어진다. 원 시장은 “강원도가 결정을 철회하고, 대여섯 곳의 후보지를 선정한 뒤 전문가로 구성된 도청사건립추진위원회를 통해 투명한 절차에 따라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5일 원주시의회도 공론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원주시의회는 성명서에서 ▷도청사 이전·신축과 관련한 추진 절차를 모든 도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도청사 이전부지 선정은 관련 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도민의 의견을 듣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절차, 재원계획 등을 결정한 뒤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원주, 횡성, 평창, 영월, 정선 등 5개 시·군 번영회를 비롯해 국민의힘 강원도당, 춘천 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등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부정했다며 강원도가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강원도는 캠프페이지 신축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올 상반기부터 도청사 신축 기본계획 수립 용역, 문화재 발굴조사, 부지 교환 등을 동시에 추진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이어 설계 공모,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쳐 2025년 1월 착공하며, 2027년 6월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신축 사업비는 3천89억 원이 드는 것으로 산정됐다. 강원도는 올해 50억 원, 내년부터 5년간 매년 600억 원을 조성해 청사 건립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