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불평등'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다. 부모의 경제 능력이 좋으면 비싼 사교육도 마다치 않는다. 반면, 여력이 없는 부모는 자습을 시킬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평등은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간에도 나타난다. 특히 학부모의 교육열로 인한 교육격차는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 사이에서 극심하다.

 강원도는 전국에서 네 번째로 많은 학교를 폐교했다. 그러나 원주, 춘천, 강릉 신규 아파트 단지에는 아직도 학교를 짓고 있다. 특히 인구가 증가하는 원주에서는 더 두드러진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 8월 원주기업도시에 신설 고등학교 입학 전형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대상은 기업도시 내 학부모와 교직원, 학교운영위원, 주민대표였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와 지역주민 92.7%가 '학교장 전형'에 동의했다.

 원주는 고교평준화 지역이지만 '학교장 전형'을 시행하면 평준화 예외 지역이 된다. 신설 고급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새로운 학군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기업도시 안에 고등학교를 건립하고 별도의 학군을 추진하는 도교육청의 명분은 선택권 보장이다. 선택의 자유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누군가에는 자유로운 선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평등이 될 수 있다. 기업도시에 주거할 수 없는 사람들은 시설 좋은 신설 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없다. 

 자녀를 둔 학부모는 자녀를 인근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교육정책이 일부 계층에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교육 불평등을 줄이려면 교육적·정책적 안목과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대하려는 생각과 태도이다. 교육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평등하게 길러낼 수 있는 도시 공간이 필요하다. 

 교육의 나라 핀란드에선 교육 불평등의 원인과 해소 방안으로 교원 복지와 충원을 꼽았다. 빈곤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교원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기 때문이다.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사회 문제는 아동 문제, 학업 지원 문제와 연관됐다. 특히 취약 지역에 있는 학교들은 수업 준비 외에도 신경 써야 할 업무가 많았다. '교육 외 잔무'가 교사들의 스트레스로 이어진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교사의 처우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했으며, 충원을 통해 업무를 세분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둘째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국 역시 '다문화 국가'가 된지 오래다. 혼혈과 이주민 2·3세대 아이들이 많지만, 교육 현장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강하다. 다양한 문화적, 언어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어와 부모의 자국어 등 2, 3개 언어를 배우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한국어 학습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숙한 언어 교육과 이에 따른 이해 부족으로 학습격차가 생겨나는 것이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교원지도와 교육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포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Esther Duflo) MIT 교수는 "국가의 성장과 구성원의 행복을 GDP 수치 등으로만 판단하는 시기는 끝났다. 경제 전체를 향상시키려면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 즉 저소득층을 빈곤에서 탈출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구성원의 빈부 격차로 사회에서 소외되고 대립되는 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 어떤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빈부 격차를 교육의 평등으로 치유해 밝은 사회로 나아갔으면 한다.

나승권 한국폴리텍대학원주캠퍼스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