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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리 마을활동가 최지형 씨

쓰레기 재활용 문화 개선 앞장…공동체 활성화 촉진 역할도 최다니엘 기자l승인20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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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마을이 더 깨끗해졌으면"
 

"쓰레기장에 먹다 버린 음식물이 남아있으면 벌레가 꼬이고 냄새도 고약하잖아요. 그런데 분리수거가 잘되고 재활용품을 예쁘게 정돈해놓으면 쓰레기장이라고 해도 그렇게 불결하게 느껴지진 않을 것 같아요. '쓰레기나 재활용품 분리를 재미난 놀이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판부면 서곡리에 사는 최지형(23) 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원주시농촌활성화지원센터에서 마을활동가 교육을 받은 후 동네에서 쓰레기 감량 운동에 나서고 있다. 서곡4리 녹색농촌체험관에서 샴푸·세제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함과 동시에 '샴푸바 만들기'와 같은 생활강좌를 열고 있는 것.
 
주민들이 버린 폐배터리나 우유팩을 행정복지센터에 갖다 주고, 휴지나 새 배터리를 받아오는 일도 그의 몫이다. 자신이 자라난 마을이 조금이라도 더 깨끗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캠페인에 나섰다. 
 
이 일을 하게 된 동기는 주민들의 청결 욕구가 한몫했다. 판부면 서곡4리에는 공동 쓰레기 수거장이 있었다. 환경미화원이 쓰레기나 재활용품을 수거하기 편하도록 마을 한곳에 공동 수거장을 운영했던 것. 그런데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악취가 나고 파리가 꼬였다.
 
명색은 쓰레기 수거장이었는데 쓰레기 투기장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서곡리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처럼 정돈된 분리배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서곡2리에 임시수거장을 설치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서곡4리와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지난해 최지형 씨는 마을활동가 교육을 받으면서 이웃 주민들의 공통된 욕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쓰레기 문제가 마을의 골칫거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서곡4리에 새로운 쓰레기 수거장을 만들 계획이지만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춰놔도 사람들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헛수고일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마을활동가 사업을 통해 주민 의식을 바꿔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리필스테이션 운영이었다. 재활용품을 그에게 가져다주는 조건으로 샴푸나 세제 원액을 무상으로 나눠주기 시작한 것. 플라스틱 소비를 억제하고 쓰레기 분리수거율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샴푸통과 같이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샴푸바 강좌도 열고 있다.
 
최지형 씨는 "동네에서 이웃 주민을 만날 때마다 리필스테이션, 샴푸바 강좌를 홍보한다"며 "코로나 사태로 많은 분을 뵙지는 못하지만 만나는 분마다 아낌없이 칭찬해 주신다"라고 말했다.
 
그가 마을 일에 적극 나서는 것은 어려서부터 몸에 밴 공동체 활동 때문인지도 모른다. 최지형 씨는 서곡리 소꿉마당 어린이집, 참꽃어린이학교를 나왔다. 이곳은 학부모가 교사가 되어 직접 자녀들을 돌보는 곳이다.
 
이들 모두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데 수익을 내는 것엔 관심이 없다. 자녀에게 제대로 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모들이 공동체 활성화에 열심을 보이는 모습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보고 배웠다.
 
이 때문인지 고등학교를 졸업해서는 용수골작은음악회와 용수골꽃양귀비축제 운영을 지원하며 마을 일을 도왔다. 최지형 씨는 "작은 음악회를 열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모두 달려드는 모습이 좋았다"며 "행사장에서 만국기 만드는 일을 거들곤 했는데 몸은 힘들어도 참 보람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도 일본 뱃부대 국제경영학부에 진학했다. 마을만들기로 유명한 일본의 시스템을 배워 서곡리에 적용하고 싶었던 것. 국제 NGO 단체에서 기획한 필리핀 빈민가 봉사에도 참여했다. 다른 사람들은 공동체 활성화를 어떻게 이뤄가는지 체험하고 싶어서였다. 
 
때로는 마을활동가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젊은 오기로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참여율이 높지 않을 때는 풀이 죽기도 한다고. 그럴 때마다 "마음 편한 여동생이나 서곡생태마을 직원분들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한다"며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을 젊은 애가 열의를 갖고 나서니 기특한 마음에 많이 따라주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본 입국이 어려워 지금은 대학 1학년을 마치고 휴학 중이다. 덕분에 마을 일을 더 많이 할 기회가 생겨 하루하루가 싱글벙글이다. 졸업 후에도 공동체 활성화나 사회복지와 관련한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최지형 씨는 "마을 일이 돈을 많이 벌고 장래가 유망한 것이 아니어서 걱정스러운 시선도 적지 않다"면서도 "대학을 졸업하고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묵묵히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어 지금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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