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인 종군기자 F,A. 메켄지가 경기도 양근(현재 양평군)에서 의병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한 지평 의병 지평리전투 기념관 전시물. 메켄지는 의병을 만나기 위해 충주에서 제천, 원주를 거쳐 양근에 도착했는데 이 코스가 항일의병운동이 전개되었던 핵심지역이다.

러일전쟁을 전후로 일본은 대한제국의 침략을 본격화했다. 전쟁 수행을 위해 경부선과 경의선 철도를 부설했고, 일본인이 주도하는 경찰, 우편, 전신, 전화 제도를 만들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을사늑약을 강요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했다. 이로 외국 주재 한국 공관원들이 모두 물러나면서 외교 사무는 완전히 일본인들에게 넘어갔다. 이어 통감부를 설치하고 정치, 경제, 군사적 침탈을 본격화했다.

일본의 침략에 맞선 저항운동도 확산되었다. '시일야방성대곡'이란 논설이 황성신문에 실렸고, 을사늑약 폐기와 늑약에 서명한 대신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상소가 잇달았다. 상인들은 파업으로, 학생들은 동맹 휴학으로 저항했다.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봉기했다.

원주에서도 의병이 봉기했다. 의병장 원용팔(본명은 원용석)은 원주 출신으로 을미의병 당시 여주 의병부대에서 활동했고, 유인석을 중심으로 한 제천의진에서 중군장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1905년 원용팔은 주천(당시 주천은 원주 행정구역)에서 의병대를 출범시켰다. 원주와 주천에서 모인 포군과 의병이 중심이 된 의병대였다. 이후 의병대의 세력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서 강원도와 충청도 일대를 순회했다. 이 과정에서 정운경, 이구영, 장익환, 이규현, 지원영 등이 합류하고 영춘에 이르렀을 때 포군이 수백 명에 이를 정도였다. 영월 보덕사 승려 김상의를 중심으로 승병이 합류했고, 정선 지방에서도 엄기섭과 김상규를 중심으로 많은 의병이 모여들었다. 강릉 봉평, 홍천 서석에서도 다수의 의병들이 합류했다.

일진회 잠입시켜 교란한 뒤 의병대 공격
진위대 중대장 김구현 친일인명사전 등재

▲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은 2004년 3만여 명의 국민들이 모아준 성금 7억 원의 기금으로 3권으로 편찬되었다. 원주에서 을사의병을 일으킨 원용팔 의병대를 진압하는데 앞장선 원주 진위대 김구현의 행적은 친일인명사전 1권 258쪽에 수록되어 있다.

의병봉기가 확산되면서 이를 진압하기 위한 활동도 노골화되었다. 을사늑약 후 군사권을 휘어잡은 일제는 대한제국 정규군대를 의병 진압에 동원하고 일진회 회원들을 의병부대에 잠입시켜 정보를 수집했다. 원용팔 의병대에서도 일진회 간첩 고영달과 일본 통신원을 붙잡아 처형했던 사례가 확인된다.

원주에 주둔하고 있던 정규군 원주 진위대의 움직임도 구체화되었다. 중대장 김구현은 원용팔의 지인을 통해 "왜적 토벌에 함께하자"는 뜻을 전해왔다. 원용팔 의병장은 김구현의 제의를 받아들여 비밀리에 만나 협상을 계속했다. 함정에 빠져든 것이었다. 김구현은 원용팔과 협상을 이어가는 한편, 일진회 회원들을 의병대에 잠입시켜 의병대를 교란시켰다.

1905년 9월 원용팔 의병대는 원주 진위대의 공격을 받아 무너졌다. 원용팔도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어 옥중에서 순국했다. 원용팔과 뜻을 함께했던 정운경 의병장은 영춘, 제천, 청풍 일대를 중심으로 의병부대를 다시 조직했지만 원주 진위대의 공격으로 붕괴되었고 정운경은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된 후 유배형에 처해졌다.

의병부대 진압에 앞장선 원주 진위대 중대장 김구현은 일제에 의해 국권이 피탈되기까지 특별 경찰대에 소속되어 밀정을 이용한 의병 탄압의 선봉에 섰고, 공을 인정받아 경상북도 일대에서 군수와 면장으로 임명되어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