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농촌환성화지원센터는 지난 21일 친환경농업종합센터에서 '마을만들기 한마당' 행사를 열고, 마을현장활동가들의 활동 사례를 공유했다

개성·특기 살려 마을에 온기

점점 활기를 잃어가는 농촌을 되살리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예전처럼 마을회관을 짓고, 도로·교량 놓는 일에 집중해야 할까?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이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원주시농촌활성화지원센터(이하 원주시농활센터) 소속 마을현장활동가 20여 명은 올해 뜻깊은 한 해를 보냈다. 

원주시농활센터는 지난 8월부터 마을현장활동가 양성 사업을 추진했다. 읍·면 주민 중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선발해 교육했던 것.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활동 역량을 배양했다. 교육을 수료한 후 이들은 각자 마을에서 생활문화·복지·경제활동을 추진했다.

부론면 손곡리에 사는 이겨레 씨는 '마을과 마음잇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귀농 1년 차인 이 씨가 마을 주민들과 본격적인 '안면 트기'에 나섰던 것. 길을 걷다 마주치거나, 가가호호 찾아가 인사를 건네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얼굴을 익히고, 이름을 물으며 주민들과 친해졌다. 

이후엔 주민 각 가정에 문패를 만들어 주었다. 이 씨 남편이 그림에 소질이 있어 초상화도 그려주었다. 주민들은 이 씨와 30~50년 나이 차가 났지만 누구보다 살가운 사이가 됐다. 최근에는 손곡3리 노인들을 모두 초청해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기도 했다.

귀래면 운남리 주민 권남미 씨는 주민들과 '뜨개질 동아리'를 만들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자주 하던 뜨개질로 주민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것. 마을 부녀회장의 도움을 받아 예닐곱 회원을 모을 수 있었다. 모르거나 서먹서먹했던 이웃들이 뜨개질로 친구가 됐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만든 목도리는 노인들에게 나눠주었다. 뜨개질 동아리는 자수, 목공예, 장아찌 만들기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일부는 귀래면 다함께 돌봄센터에서 문화 강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신림면 이동기 씨는 마을 장터를 열어 지역 농산물 판매를 도와주었고, 부론면 장연후 씨는 찾아가는 건강 만남을 통해 마을 활성화를 도모했다.

원주시농활센터 관계자는 "마을현장활동가들이 한 번에 많은 것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면서도 "마을에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온기를 불어넣는 역할에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주시농활센터는 내년에도 마을현장활동가 양성 사업을 진행, 농촌 공동체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