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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 청소년 김예진 양

책 출판·그림·연기·밴드까지 스스로 찾은 행복한 일거리 박수희 기자l승인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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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원주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시민 그림책 갤러리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소개하며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5명의 시민 작가들 중 최연소 큐레이터로 참여한 김예진 양은 학교를 그만 둔 후 이어간 행보를 솔직하고 가감 없이 담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학교울타리를 일찍 벗어난 그녀의 삶은 더욱 풍성하고 즐길거리로 가득했다.

올해 19살인 김 양은 학교밖청소년이다. 매일 학교가는 일을 즐거워했던 그녀가 고등학교 입학 후 3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둘 줄은 아무도 몰랐다. 교우관계는 물론, 학업에도 욕심이 컸던 그녀는 하루 아침에 학교 가는 것이 싫어졌다. 그즈음 건강도 안좋아지면서 결국 자퇴를 택했다.

다른 학교밖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몇 달 간 칩거 생활을 이어왔던 예진 양은 학교를 벗어나 자신이 행복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다른 이들처럼 불안함으로 보냈던 시간들을 글로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이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차곡차곡 정리한 글을 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학교를 나와 처음 시도한 도전이었기에 성취감도 컸다. 

학교를 벗어난 공간에서 처음으로 즐거움을 느껴본 그녀는 또 다른 활동을 모색했다. 그렇게 이어진 일은 책 출판을 하면서 알게 된 작가님의 제안으로 책 커버를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즐겼던  김 양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첫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올해는 원주시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시민 글쓰기 강좌에 참여한 수강생들의 책 표지도 디자인하게 됐다. 점차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서 출판물 관련 사업자등록을 내고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김 양의 도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흥미와 자신감을 가지자 이번에는 영상 만들기에 도전한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한 다큐멘터리 수업을 듣고 단편작을 만들었던 김 씨는 이 작품을 다듬어 영화공모전에도 출품했다. 제목은 '튼살'.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동안 생긴 튼살을 보면서 이에 대한 편견과 자신의 생각,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그녀만의 기획과 영상으로 담았다. 그리고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이라는 생각지 못한 수상을 하게 된다.

글과 그림, 영상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표현해왔던 그녀는 연기에도 도전했다. 행복하고 기쁜 감정, 울고, 화내고 소리치는 모습까지 스스로를 다양하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학교를 나와서 겪었던 불안함과 초조함, 막막한 감정들을 풀어낼 수 있었다. 평소 뮤지컬을 좋아하는 그녀는 노래 연습과 함께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학교 밴드는 많아도 학교밖청소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밴드는 찾기 어려웠다. 결국, 그녀가 직접 나서 사람들을 모았다. 플리마켓 사이트에 공고를 올리자 그녀와 같이 음악을 할 기회를 얻기 힘들었던 학교밖청소년들이 함께하고 싶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렇게 올해 초 구성된 무지개밴드는 밴드 구성 후 다양한 곳에서 공연을 선보이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연말에는 버스킹의 메카 홍대에서도 공연이 예정되어 있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를 벗어나면서 그녀가 방황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었기에 더 나은 선택과 도전이 가능했고, 이들로부터 얻은 조언에 용기를 얻고 새로운 시작도 할 수 있었다는 것. 처음 학교를 그만두며 패배자로 스스로를 낙인 찍었던 마음은 이제 학교 밖이기에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예진 양은 "학교 안과 밖은 선택의 차이일 뿐, 실패와 성공된 삶을 나누는 지표는 아니다"라며 "나와 같은 학교 밖을 선택한 많은 친구들이 좋은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용기를 얻고 그들만의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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