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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현답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삼국지의 비단 주머니처럼 현실의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묘책이 있을까? 탁상행정을 피할 수 있고, 무엇보다 소중한 시민의 세금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우문현답'이다 원강수 전 강원도의원 (사)원주시정연구원장l승인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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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우리나라 정치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비단 주머니'다. 비단 주머니는 우리가 잘 아는 삼국지에 처음 등장한다. 아내를 맞기 위해 동오로 출발하는 유비는 가는 도중에 혹시 있을지 모를 적의 공격을 걱정한다. 이런 유비를 안심시키기 위해 제갈량이 유비의 호위 장수에게 건네준 것이 바로 '비단 주머니'다. 

 "비단 주머니 속에 묘책이 들어 있으니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꺼내 보시오." 명을 받은 호위장수는 제갈량의 말대로 비단 주머니의 묘책들을 활용해 어려운 문제들을 잘 풀어내 유비 보호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 

 여기서 유래한 것일까? 금낭지계, 즉 '비단 주머니 속의 묘책'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전해져 최근 우리 정치권에서까지 등장했다. 현실에서 맞딱드릴 수 있는 어려움을 풀 수 있는 책략, 또는 어려워질 수 있는 미래를 위한 대비책 정도로 해석되는 비단 주머니 속의 묘책이 우리에게는 있을까?

 '금낭지계' 만큼은 아니겠지만 10여 년의 방송기자 생활을 거치면서 생긴 일종의 경험칙 같은 게 있다. 바로 현장주의다.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쓰는 기사와 책상에 앉아서 쓰는 기사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책상 앞에서 특종이 만들어질 수 없듯이 문제는 항상 현장에서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도 현장에 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만든 원칙이 '우문현답'이다.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우문현답'은 필자가 도의원이 되어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도의원 임기가 시작된 후 첫 업무보고 자리. 교통을 담당하는 강원도청의 국장에게서 '아무 묘한' 업무보고를 청취했다. 바로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사업'이었다. 이용객이 적어 유령공항이라는 오명으로 언론에 심심찮게 오르내리던 그 양양국제공항을 활성화한다면서 강원도가 매년 전세기를 중국에 보내 관광객을 양양공항을 통해 강원도로 실어나르는 사업이었다.

 필자는 전세기 운항 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매년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는 이 사업의 경제성을 따져 물었다. 다시 말해서 그 비행기를 타고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들이 강원도에서 돈을 얼마나 쓰는지, 이 사업의 경제효과는 어느 정도나 되는지에 관한 자료를 요구했다. 필자는 강원도가 제시한 데이터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현장 확인의 필요성을 느낀 필자는 양양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가 도착하고, 공항 앞에 늘어서 있던 관광버스는 비행기에서 내린 중국인들을 태우고 어디론가 향했다. 이 관광버스의 목적지는 서울. 입국 후 대부분의 국내 관광 일정을 강원도가 아닌 서울 등 타 지역에서 보낸 중국인 관광객들이 과연 강원도 지역 경제에 얼마나 효과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지 너무나 큰 회의감에 빠져들었다. 

 그 많은 우리의 세금이 투입된 사업을 몇 년째 반복적으로 벌이고도, 시민들이, 도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사업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엄밀한 성과 분석을 하지 않고 그저 기계적으로, 입국자 수만 늘리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 도의원이었던 필자의 판단이었다. 공항 인근의 속초 대포항에서 만난 상인들도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당시 강원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들이었다. 정작 강원도 소재 공항을 통해 들어온 관광객들은 강원도에 머무르지 않고 서울로 향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매년 반복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이런 상황. 결국, 이런 '참사'는 현장 확인 없이 공항 입국자 수만 늘리려는 탁상행정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공항 활성화 사업의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대신 강원도의 관광 체질과 기반을 개선하고 강화하는데 예산 방향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의회 5분 발언이나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이 같은 소신을 관철시키려 했지만 필자의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집행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하는 의회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지만, 현실이 어디 그리 쉬운가? 의원의 한계를 절감하기도 했지만, '우문현답'이라는 내 소신을 확인하는데 이만한 사례가 없다는 데서 그나마 위안을 찾곤 한다. 

 삼국지의 비단 주머니처럼 현실의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묘책이 있을까? 탁상행정을 피할 수 있고, 무엇보다 소중한 시민의 세금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우문현답'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주변을 한번 돌아보시라. '우문현답'의 원칙으로 풀 수 있는 우리의 문제가 수두룩하지 않은가? 


원강수 전 강원도의원 (사)원주시정연구원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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