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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가구 디자이너

'자연'을 닮은 가구, 그리고 사람 절제의 미학과 정성을 담은 디자인으로 주목 권진아 시민기자l승인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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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구 디자이너인 박종선 작가는 사물의 외양보다는 본질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디자인을 선보인다. 한국 고유의 전통미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그의 작품은 특유의 절제미가 돋보인다. 한마디로 군더더기 없는 게 특징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장식보다 실제 사용에 유용한 기능성을 더 중시하는 작가의 생각이 묻어난다. 간결하고 담백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질리지 않을 디자인이다. 

 유럽 여행을 다녀온 뒤 2005년에 열었던 첫 개인전 '나무에게 말을 걸다'를 통해 이름을 알린 그는 2009년부터 마이애미, 바젤, 뉴욕 등에 작품을 출품하며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에는 영화 '기생충'에 그의 작품이 20여 점 등장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는 이름이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20년 넘게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들어온 장인(匠人)이다.

 판부면 서곡리에서 작업을 하다 11년 전 귀래면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생각이 좋아 지역의 어른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원주의 문화재인 거돈사지를 알게 됐고, 그곳을 수시로 다니던 익숙한 길이 지금의 장소로 작업실을 옮기게 된 연유다. 박 작가는 요즘도 어른들의 생각을 즐겨 듣고, 폐사지를 자주 가며 영감을 얻는다.

 천 년 전에 돌을 다루던 장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기회이자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무한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오래 같은 곳을 다녀도 계속 다른 게 보인다는 그는 도태보다는 진화하면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다. 그가 발견한 아름다움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또 다른 작품으로 탄생할 것이다.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10대 때 원주로 이주한 박 작가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기 좋아했다. 또한, 시골에 살며 자연과 벗 삼을 수 있는 환경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다. 10대 때 배운 기타는 지금도 매일 연주한다. 그런 바탕에서 사유의 힘이 생겼고 풍요로운 사색을 통해 '자연(自然)'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지금도 자연 가까이에 사는 게 좋아 시골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그는 '자연'을 닮은 가구를 만드는 데 '정성'을 다한다. "가구를 만들 때는 기술과 마음이 함께 담겨야 한다. 가구는 만든 사람보다 더 오래 이 땅에 남아 있는 것이므로 그것에 대한 마음,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 보이지 않는 성실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그림을 그리다 우연히 가구를 접하게 된 그는 처음 가구를 시작할 때는 기술을 따로 배우지 않았다. 그러다 제대로 가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조선시대 목가구 만드는 법을 배웠다. 기술을 익혔지만 고가구만 만들고 싶진 않았기에 고민이 생겼는데 '셰이커 퍼니처'를 알게 되면서 그만의 작품을 만들게 됐다. 

 도면을 완성하지 않고 작품을 만드는 것도 박 작가의 특징인데 디자인을 대학에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도면을 미리 그리지 않고도 어떻게 완벽한 균형미가 나올 수 있냐는 질문에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대부분 마지막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나. 가구를 만드는 데도 그 여지를 두는 것이다. 빛의 질감이 다른 것처럼 사물을 바라볼 때 같은 사물인데도 뭉클해질 때가 있다. 그런 걸 포착할 시간을 준다. 그래서 늘 작업할 때는 반만 정해두고 시작한다."고 답했다. 

 그는 가구뿐 아니라 삶에서도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이나 명성을 경계하고 절제의 미덕을 추구한다. 20년 넘게 가구를 만들어올 수 있던 이유도, 무명이었을 때나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지금이나 별반 다름없이 삶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가 얼마나 자신을 담금질하며 성실한 태도로 삶을 가꾸는지 느끼게 해준다. 박 작가는 가구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회가 세운 잣대나 다른 사람들의 방식보다는 개인적 시각, 자신만의 가치관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리고 과거 역사와 1800년대 후반 유럽의 대가라 불리는 건축가, 디자이너들로부터 건축의 미감을 차용해 공부하고 인간 삶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배웠다. 세상에 없는 대단한 걸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길이 나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을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작년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박 작가는 요즘 만나는 20대 학생들을 통해 잃어버린 '야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던 30대 때 방황을 끝내려고 떠난 유럽 여행에서 자신의 야성을 발견해 가구 디자이너의 길을 이어가게 된 그는 오롯이 자신의 본능을 마주하기 위해 매년 한두 번씩 한 달여의 여행을 떠난다.

 여행으로 자신에게 십일조를 주는 셈이다. 그렇게 채운 에너지는 고스란히 작품으로 세상에 내놓는다. '스페이스 원'이라는 브랜드도 운영하는데 범용 브랜드의 필요성도 느꼈기 때문이다. "이젠 원주에도 가구 공방이 많이 생겼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학교는 없단 생각에 기회가 된다면 가구에 대해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박 작가의 꿈이 실현될 날을 함께 꿈꾼다. 
 


권진아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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