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이 조직형태를 변경, 독자 노조로 결정한 뒤 지난 9월 29일 시청 3층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현판 제막식을 했다.

강원도 감사위원회는 ‘소극행정 및 민원처리 실태 특별점검’을 한다며 최근 원주시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공직사회에 잔존하는 갑질·부조리를 개선하고, 불합리한 행정처분에 따른 민원인의 피해 예방과 구제를 위한 목적이라고 강원도 감사위는 설명했다.

또한, 특별점검을 통해 적극행정 분위기를 확산하고,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으로 일하는 공직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신뢰받는 공직사회를 구현한다는 취지였다. 강원도 감사위는 올 상반기 영월군·철원군·양양군을 특별점검한 데 이어 하반기 원주시·속초시·동해시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에 나선 것이었다.

이에 대해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우해승, 이하 공무원노조)은 이번 특별점검의 합법성 여부에 문제를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공무원노조는 이번 특별점검이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며, 강원도 감사위에 적정성 여부를 질의했다.

지방자치법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강원도의 감사는 자치사무 중 법령위반사항에 대해서만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특정한 법령위반행위가 확인됐거나 위법행위가 있었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경우여야 하고, 이때도 감사 대상을 특정해야 한다는 게 공무원노조의 주장이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장애인 법정 고용의무 미준수, 부정당업체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재 미조치 등은 법령 위반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할 수 있지만 소극행정의 경우에는 법령 위반에 해당하지 않아 감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방공무원 적극행정 운영규정’에 명시적으로 소극행정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소극행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법령을 위반한 건 아니라는 게 공무원노조의 주장이다.

감사 개시 요건에 대해서도 공무원노조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행정감사규정’과 ‘강원도 감사규칙’에 따른 사전조사는 특정한 법령위반행위가 확인됐거나 위법행위가 있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경우로 그 대상을 특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특별점검은 어떠한 자치사무가 어떤 법령에 위반되는지 밝히지 않았으므로 감사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공무원노조는 주장했다. 또한, 소극행정에 대한 감사 주체는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라며 강원도의 이번 특별점검은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공무원노조는 밝혔다.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강원도 감사위는 2018년 11월 이후 수행한 민원사무처리부, 다수인 민원처리 현황, 행정심판·소송 대장, 개발행위허가, 농지·산지 전용허가, 건축허가 등을 단 하루 만에 제출하도록 원주시에 요구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방대한 자료를 하루 만에 제출하라는 건 부당한 요구”라며 “부당한 요구에 강력히 맞서 우리의 권리를 찾겠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의 질의에 강원도 감사위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