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의 힘은 어디까지일까. 세계인들의 관심이다. 한류라고 부르는 K-문화의 질주가 거침이 없다. K-팝에서 시작되더니 이젠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20여 년 전 K-팝이 해외에서 한류 붐을 일으킬 때 만해도 '저러다 말겠지' '얼마나 갈까'라는 생각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일각의 기우를 보란 듯이 깨버렸다. 지구촌에서 펼쳐지고 있는 한류 뉴스를 들을 때가 가장 짜릿하다. 뉴스 매체에서 한류 뉴스는 빼놓지 않고 본다. 정치 뉴스는 가급적 무시한다.

 한국은 정말 정치만 빼면 단연 세계 정상급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꼭 그 꼴이다. 그래도 무시할 수 없다. 어마무시한 권력이니까. 그 맛에 권력과 명예에 환장한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정치에 뛰어든다. 

 안타까운 일은 대부분이 철학과 비전은 물론 역사와 문화적 식견도 없이 권력만을 추구한다. 하지만 싫어도 정치인을 냉정하고 정확히 알아야 한다.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런 인간들에게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라고 일찍이 플라톤이 역설했던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한류 이야기로 이어간다. 어쨌든 한류 소식은 죄다 찾아서 읽고 혼자 가슴 울렁이며 행복해 한다. 역사 문화를 좋아해 고질병이 된 필자에게는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 지구촌을 들썩이게 하고 세계인들을 행복하게 하는 그 한류의 원조 이야기 좀 하겠다. 한류의 원조는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나전칠기(螺鈿漆器)를 꼽는다. 문화 예술의 국가 고려시대에 탄생한 대표적인 세계적 예술문화가 바로 나전칠기와 청자다. 

 나전칠기의 기원은 통일신라 말기 10세기로 본다. 고려 시대로 접어들면서 나전칠기는 전성기를 누린다. 고려인들의 예술적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이 나전칠기의 상감기법이 고려청자에도 응용 적용돼 세계 유일의 상감청자가 탄생한 것이다. 

 나전칠기의 자개로 문양 넣는 원리나 상감청자의 문양 넣는 원리가 같다.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의 나전칠기를 보고 고려도경에서 세밀가귀(細密可貴)라고 극찬했다. '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 고려인들의 예술적 수준은 이미 천 년 전부터 세계 제일이었다. 

 그 나전칠기는 무엇인가. 나전은 전복과 소라 즉 우리말로 자개다. 칠기는 옻칠한 기물이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자개도 옻칠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보석처럼 오색찬란한 빛을 자랑하는 자개도 옻칠이 있어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자개만으로는 정말 조개 쪼가리에 불과하다. 자개와 옻칠이 만나야만 세계인들을 흥분하게 하고 감동을 주는 나전칠기가 탄생한다. 그 옻칠의 주산지가 바로 원주다. 원주는 대한민국 옻칠의 주산지다. '옻의 나라' 일본인들이 환장을 한다. 세계 최고의 품질로 평가받는다. 

 그 옻칠 때문에 1968년 옻칠기공예의 거장이며 제1호 국가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일사 김봉룡(1902~1994) 선생이 원주에 정착한 것이다. 일사 선생의 제자는 물론 옻칠 장인들이 구름처럼 원주로 몰려들며 한순간에 옻칠기공예도시가 된 것이다. 도시의 품격이 달라졌다. 원주란 도시는 신으로부터 옻칠을 선물 받은 유일한 도시다.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 한류 물살에 원주옻칠기공예도 태우면 어떨까. 옻칠기공예의 한류 본거지가 되는 것이다. 정말 원주가 K-옻칠기공예 문화를 일으켜 세상을 점령하면 좋겠다. 꿈이라도 좋다. 꿈도 행복하다. 그날이 올 수도 있다.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 관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