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축협(좌)과 원주원예농협

원주원예·축협, 군에 90억 규모 농산물 납품
대기업 등과 경쟁 불가피…탈락 시 농가 피해

2025년부터 군부대 식자재 조달 방식이 완전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뀐다. 정부가 농·축·수협과의 수의계약을 폐지하고 경쟁입찰로 전환하는 것. 농협이 입찰에서 탈락하면 지역 농업인들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지난달 15일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 농·축·수협과의 수의계약은 내년 70%, 2023년 50%, 2024년 30%로 축소된다. 조달 방식도 학교급식처럼 조달청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뀐다. 싸고 질 좋은 식자재를 받아 장병들이 선호하는 식단을 꾸리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러한 경쟁입찰 방식이 농업생산 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 원주에선 원예농협과 원주축협 조합원 50여 명이 군에 농·축산물을 납품하고 있다. 그 금액만 해도 연 90억 원에 육박한다. 완전경쟁입찰로 전환되면 대기업 등과 경쟁이 불가피해 농산물 판로가 하루아침에 끊길 수도 있다.

원주원예농협 관계자는 "원예농협이 제공하는 식재료 물량은 금액 기준으로 전국 3위에 해당한다"며 "경쟁입찰에서 탈락했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군 급식, 학교급식지원센터 체제 도입해야"
국방부가 식자재 조달 방식을 경쟁입찰로 변경한 것은 부실급식 논란이 한몫했다. 수의계약을 통해 각 농·수·축협이 수억에서 수십억 원씩 가져가는데 급식 질은 형편없었기 때문. 정부는 군 급식 체계의 투명성을 강조하려면 경쟁입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농업인들은 경쟁입찰방식이 농·축산물 품질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가·대량 납품에 유리한 유통 상인들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는 것. 농가들은 손해를 보면서도 양질의 식자재를 공급해왔지만, 경쟁입찰방식 체제에선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원주원예농협과 원주축협은 군 식자재 납품 방식의 절충안으로 학교급식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따라 투명성을 보장하면서도 양질의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

원주축협 관계자는 "각 학교가 학교급식지원센터로부터 우수한 식자재를 받는 것처럼 군도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경쟁입찰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