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옛날 공룡이 그랬고 최근에는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죽은 지식을 욱여넣는 80년대 입시교육이 계속된다면 누가 학교를 믿고 아이를 맡기겠는가.

 최근 우리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감염병 확산,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디지털 세대의 등장 등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다. 2025년부터 전격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려는 정부의 교육적 노력이라 볼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을 교육과정에 맞추던 교육에서 교육과정을 학생에 맞추기 위한 제도이다. 쉽게 말하면, 이제는 고등학생도 대학처럼 본인의 적성이나 흥미에 맞추어 수강할 과목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게 된다.

 그동안 고등학교 교육은 공통 필수 과목이 많아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극도로 제한됐고, 그러한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적성과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로와 관심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과목을 선택해 스스로 본인의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학생의 자발성을 기초로 수업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 학교에서 준비할 것도 많다. 첫째는 선택과목의 확대와 내실화이다. 과연 지금의 학교 체제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모두 개설할 수 있을지, 또 개설한다고 해도 그 수업의 질은 어떻게 담보할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는 새로운 과목 개설에 따른 수업방법의 혁신과 필요한 다양한 시설 및 공간의 확보도 요청된다.

 특히 학생들의 시간표가 개인별로 다양해짐에 따라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교내 카페나 휴게실, 조사나 탐구를 위한 도서관, 그룹별 토론을 위한 협의회실 등의 확충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학교단위에서의 안내와 홍보도 필수적이다. 학생들이 본인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을 짤 수 있도록 조언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며, 선택과목 박람회, 교과서 전시회, 교사연수, 진로상담의 날, 학생 가이드북 등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소인수과목 개설 기준, 수강신청 및 변경절차 등을 포함하는 학교별 교육과정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고교학점제에서 1학점은 학기당 16시간을 기본으로, 출석률 2/3이상,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기준을 정하고, 3년간 192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했다. 학기당 19주를 시행함으로써 학생선택과목 외 학교장 재량으로 특별한 과목을 편성할 수 있도록 했다. 고교학점제는 현재 전국 고등학교의 60%가 연구학교로 참여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전문계 고등학교에 전격 시행된다. 2025년에는 일반계 고등학교를 포함한 모든 고등학교에서 시행된다.

 고교학점제는 초기 학교 내 선택과목 확대를 시작으로, 지역 학교 간 연합, 지역사회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온라인 기반까지 확대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고교학점제가 일선 학교에 정착된다면, 학생들의 과목선택권은 확대되고, 학교 간 협력이 활성화되며, 학생들을 위한 진로 및 학업설계 지도가 내실화되어, 결국은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이를 위한 투자는 아무리 지나쳐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최광익 철학박사, 전 하노이한국교육원장, 대성고23회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