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는 매일매일 변화하는 도시다. 중앙동과 원인동을 중심으로 발전하던 시기, 그곳에 원주시청이 있었고 원주역과 법원 그리고 상가가 밀집되어 있었다. 지금은 쇠락한 모습이지만 그때만 해도 획기적인 맨션아파트와 빌라트, 주상복합아파트도 있었다.

 지금은 먼 이야기 같지만 불과 20년 전 일이다. 그사이 원주시청은 무실동으로 이전해 위풍당당하게 새로 지어졌고 원주에는 커다란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들어섰다.

 특히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는 도시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제 원주는 13개의 공공기관이 입주해있고, 16만7천 호의 주택에서 36만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는 강원도에서 가장 크게 성장하는 도시다. 이렇게 도시가 발전하면 가장 먼저 공공기관의 외형이 커진다.

 시민들의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행정인력과 지원체계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신도시가 개발되면 가장 먼저 시청이 신축 이전을 하고, 교육청, 학교, 법원, 터미널, 역이 차례로 신축을 하게 된다. 

 원주시도 다르지 않아서 이미 시청사와 25개 읍면동의 주민센터는 새로 지어졌다. 오랜 전통의 원주여고도 학성초등학교도, 봉대초등학교도 새 보금자리를 찾아 현대적으로 지어졌다. 이렇게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원주교육지원청만큼은 1978년 지어진 옛날 모습 그대로 2층짜리 건물로 서있다. 

 청사를 신축하던 1978년 원주시 인구는 12만6천여 명이었다. 관내 학교는 19개였고, 원주교육지원청 직원과 교사를 포함한 교육가족은 739명이었다. 반면, 2021년 현재 원주에는 94개의 학교가 있고, 교육가족은 5천 명이 넘는다. 원주의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교육행정 수요도 급증했다.

 그러나 원주교육지원청은 여전히 43년 전 그대로다. 원주교육지원청을 가본 사람들은 모두가 청사의 낡은 외형과 비좁음에 놀랐다고 말한다. 사무공간이 모자라 가건물을 이어 붙이고 외벽에 여기저기 금이 가고, 부서들이 밖으로 흩어져있는 상황을 보면서는 왜 청사를 새로 짓지 않는지 의아해한다.

 원주교육지원청의 청사신축에 대한 논의는 2017년부터 이어져 왔다. 애초에 현 청사를 헐고, 그 자리에 신청사를 지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문제는 현재의 부지가 제2종일반주거지역이라 신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 학성초교를 리모델링할 계획이었으나 강원도교육청에서 구 학성초교의 규모가 커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를 했다. 

 현 청사자리에서 신축이 가능하려면 원주시에서 현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야 하는데 도시관리계획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원주시의 입장이다. 원주시도 강원교육청도 청사신축은 검토만 하다 1도 진전이 없이 멈춰선 상태다. 결국 남은 것은 원주시민의 불편함뿐이다. 

 교육지원청은 민원처리를 위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다녀가는 곳이다. 도내에서 인구와 학생 수가 가장 많기 때문에 교육 관련 민원도 원주시가 가장 많다. 지난해 지역별 교육지원청에 접수된 민원은 원주 5천866건, 춘천 3천612건, 강릉 2천512건, 속초양양 737건이었다. 민원인은 많으나 청사가 비좁아 민원실이 따로 없어서 사무실 내 열린 공간에서 민원을 처리해야 한다.

 원주교육지원청에는 대회의실, 중회의실, 소회의실이 각 1개씩 있다. 지난해 회의실 사용횟수는 1천100회가 넘을 정도로 포화상태이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소규모 그룹별 연수가 개최되고 있으며, 학교지원센터의 기간제교사 및 방과후 강사 채용 면접이 수시로 이루어짐에도 회의실 부족으로 부서별 행사, 연수, 면접 일정을 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의실 사용 일정이 중복될 경우 타 기관이나 학교 회의실을 임차하여 연수, 행사, 면접을 실시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 소회의실을 교과서 저장 공간이 부족해 창고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필자는 지난 10월 15일 도정질문을 통해 원주교육지원청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설명을 했다. 민병희 교육감을 비롯 교육청 관계자들 모두 지금의 청사로는 밀려드는 민원과 각종 회의, 학부모들의 요구와 교직원 교육 등 교육행정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 민병희 교육감은 답변을 통해 임기 내에 반드시 원주교육지원청 청사 이전·신축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것이 멈췄던 2018년 이후 엄청난 진전이다. 

 원주시와의 협의를 통한 이전 부지 선정, 중앙투자심사, 현 부지 활용문제 등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교육감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지금 원주교육지원청 신축에 대한 계획과 예산이 반드시 세워져야 한다. 원주의 격에 맞는 청사 신축을 위해 지금 원주시민들의 일치된 힘이 필요하다.

정유선 강원도의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