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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숙 원인동 마을활동가

"어르신 성함과 주소부터 외웠죠" 박수희 기자l승인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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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원주에서는 처음으로 원인동에 마을관리소가 문을 열었다. 간단한 공구 대여부터 문화 프로그램까지 마을 주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장소로, 지역 주민이 마을활동가로 나서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돕고자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 자생단체에서 30여 년 간 봉사활동을 해온 전상숙 씨는 마을관리소 개소 때부터 마을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새마을부녀회, 바르게살기운동, 민주평화통일위원회 등 굵직한 봉사단체와 통·반장의 경력이 큰 도움이 됐지만, 마을활동가는 주민들과 대면하며 친밀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르신들과 가까워질수록 집안의 속사정과 필요한 지원서비스를 파악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육체활동이 중심이었던 기존의 봉사활동과 달리 마을활동가는 마을 주민과의 관계 맺기가 중심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전 씨는 마을 어르신들의 성함과 원인동 달동네 구석구석까지 집 위치를 파악하는 일을 제일 먼저 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지도 어플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몰라 일과가 끝나고 저녁 시간이면 골목마다 돌아다니며 집을 외웠다.

1987년 원인동으로 이사 온 전 씨는 우유배달을 계기로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며 지냈으나 배달 일을 그만두고, 재개발로 마을이 뒤숭숭하면서 왕래가 끊겼다. 그러나 마을활동가로 다시 마을 곳곳을 다니면서 그때 만났던 어르신들을 다시 보니 반가운 마음과 세월의 무게가 느껴져 안타깝기도 했다고. 

그렇게 외운 어르신들을 성함을 마을에서 마주치면 직접 불러드리며 안부를 묻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어르신들의 요구는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었다. 청소하다가 꺼진 김치냉장고 전원을 켜는 방법을 묻거나, 잃어버린 핸드폰을 정지하는 방법, 비오는 날 천장 누수 여부를 확인하는 일 등 소소했지만, 주변의 도움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지난 2년 간 마을활동가로 일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놓인 어르신들을 발굴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 마을활동가로 일했던 첫 해 겨울은 무척 추웠다. 마을관리소에 출근한 전 씨는 창밖을 내다보다 우연히 내복 차림에 조끼만 입은 채 뛰어가시는 어르신을 발견했다. 인상착의가 치매를 앓고 계신 마을 어르신과 비슷해 해당 가정에 전화로 여쭤보니 집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놀란 마음에 무작정 어르신이 뛰어간 방향으로 달려가 어르신을 발견하고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 가족들도 모르는 새 집을 나간 어르신을 전 씨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한파의 날씨에 큰일을 치를 뻔했다.

마을에서 은둔하는 어르신을 발굴하기도 했다. 주기적으로 마을 모니터링을 하는 전 씨는 누가 사는지 알 수 없는 집들은 널린 빨래를 유심히 살펴보며 유추하곤 했다. 해당 가정 역시 빨랫감을 보아 할머니가 혼자 사시는 집이라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대문 안쪽에서 마당에 주저 앉아 있는 할머니를 보았다. 

거동이 불편하셨던 분은 자녀들과 연락이 두절되고 마을 주민들과도 단절된 채 홀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경로당이나 복지관도 이용하지 않다 보니 그 집에 누가 사는지도 제대로 몰랐던 것. 전 씨는 예전 우유배달을 하면서 만났던 기억을 떠올려 할머니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처음엔 대화조차 거부했던 할머니는 전 씨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안부를 묻고 예방접종이나 인터폰 설치, 소방시설 등을 지원 방법 등을 세심히 챙기자 본인의 사정을 털어 놓으며 필요한 복지서비스 도움을 받았다.

처음 두 명으로 시작했던 마을활동가는 이제 다섯 명까지 늘었지만 첫 정을 떠올리며 여전히 전 씨에게 의지하고 마음을 여는 어르신이 많다. 전 씨 역시 오랫동안 살아왔던 원인동에 대한 애정으로 어르신들을 돌보며 마을활동가로서 열정을 쏟는다.

원주에는 원인동을 시작으로 단구동과 태장동, 문막읍 등 지역 곳곳에 마을관리소가 늘어나고 있다. 전 씨는 "마을활동가로 일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을의 주민들을 알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일일 것"이라며 "이름을 외우고 사는 곳을 외우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한다면 주민들과 좀 더 깊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하우를 전했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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