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박경리 선생 생전 집필모습.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고통과 연민’ 화두

한국이 낳은 대문호 고 박경리(1926~2008) 선생의 문학혼이 러시아에도 감동을 전하고 있다. 한러대화(Korea-Russia Dialogue)와 (재)토지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제3회 박경리문학제’가 지난 22일 줌(Zoom) 화상 접속을 통한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한러대화는 2018년 6월 모스크바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제4차 한러대화 KRD포럼을 개최하면서 포럼 사전행사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 박경리 선생의 동상을 건립한 바 있다. 이 동상은 러시아를 포함, 외국에 처음 세워진 한국 문학가의 동상이다.

2019년 6월 박경리 선생의 동상 앞에서 ‘제1회 박경리문학제’를 개최한 이후 동상 건립의 의의를 계승하고 한국 문학과 문화를 러시아에 올바르게 인식시키기 위해 매년 박경리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

▲ 2018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교정에 건립된 박경리 선생 동상.

특히 올해는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두 작가의 창작세계에서 두드러지는 ‘고통과 연민’을 화두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접속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한러대화 문화예술분과위원 및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관계자, 한국 내 박경리 연구자와 시인, 모스크바국립대모스크바국립언어대·국방부 군사대학 한국학 연구자 및 학생, 도스토옙스키 문학 기념박물관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개회식에서는 한러대화 양국 조정위원장인 이규형 전 주러대사와 N. 크로파체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총장을 비롯해 이석배 주러대사, A.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개회사와 축사를 통해 대문호의 업적을 기리고 문학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최인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부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기조발제와 각 섹션에서는 박경리 선생과 도스토옙스키의 창작세계를 조명하는 양국 전문가들의 강연과 발표가 이어졌다.

▲ 2018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교정에 건립된 박경리 선생 동상.

한국과 러시아 연구자들은 지상에서 핍박받는 생명에 대한 지극한 연민을 바탕으로 한 박경리 선생의 시와 700여 명의 등장인물 중 어느 하나 버려짐 없이 고귀한 생명으로서 가치를 존중받는 대하소설 '토지'의 사상을 조명했다. 또한 도스토옙스키가 생애 전반에 걸쳐 집요하게 탐구했던 인간의 고통과 그 고통을 함께 나누는 연민의 정신을 통해 두 문호의 접점을 확인했다

이어 러시아 작가기념관과 한국 박경리문학관 운영 현황 소개, 두 작가의 시(詩)와 산문 작품 낭송이 이어졌다. 특히 박경리 선생의 시를 러시아 연구자들이 직접 번역해 양국 언어로 낭송, 눈길을 모았다.

(재)토지문화재단 관계자는 “불평등과 차별이라는 위기와 갈등이 가득한 현실에서 두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치유와 위로의 시간이 됐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