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아파트와 도로 사이 쪽문 설치를 허용하도록 조정한 혁신도시 A 아파트 전경.

원주혁신도시 내 A 아파트 입주민들은 아파트 옆 버스정류장과 아파트 인근 초등학교 통학을 위해 아파트 담장에 쪽문을 설치하고, 통행로로 이용했다. 그러자 원주시는 쪽문을 폐쇄하도록 명령했다. 아파트와 버스정류장 사이가 완충녹지였기 때문이다.

완충녹지는 대기오염, 소음, 진동, 악취 등 공해와 각종 사고, 자연재해 방지 등을 위해 설치하도록 돼 있다. 쪽문을 설치하고, 통행로로 이용하면 완충녹지 유지관리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원주시가 쪽문 폐쇄를 명령한 것이었다. 쪽문이 폐쇄되자 A 아파트 입주민들은 약 5년간 출퇴근 시간마다 쪽문이 설치됐던 담장을 넘어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쪽문을 설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집단 고충민원을 냈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는 지난 8월 ▷녹지 설치목적을 저해하지 않고, 유지관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점용허가를 할 수 있으며 ▷다수 시민의 보행환경 개선이 필요한 구간은 주변 현황, 현지여건, 설치기준,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원주시가 쪽문 설치를 허가하도록 조정·합의했다.

문제는 A 아파트와 같은 민원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아파트와 가까운 버스정류장, 상가, 횡단보도까지 단거리 통행을 목적으로 아파트와 도로 사이의 녹지에 통행로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고 원주시 관계자는 전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뒤 원주시와 협의 없이 녹지에 통행로를 설치해 사용함에 따라 녹지 훼손은 물론 인도 변에 토사가 유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원주시는 아파트와 도로 사이의 녹지 내 보행자 통행로 설치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입주민 2/3 이상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정해 통행로 설치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허가하더라도 1개소 설치를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또한, 저층 세대에서 민원 발생이 우려되면 통행로 설치를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민원 발생을 원천 해소하기 위해 택지지구 및 지구단위계획 협의 때 버스정류장과 횡단보도 인근 녹지 내 보행자 통행로 설치를 설계에 반영하도록 시행사에 요구하기로 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민의 이용을 고려해 적정위치에 보행자 통행로를 설치하되, 무분별하고 과도한 녹지 및 수목 훼손을 최소화해 녹지 기능을 유지하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