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는 치악로 등 도로 7곳의 은행나무 열매를 조기 수확하기로 했다. 사진은 반계리 은행나무 앞 광장.

매년 이맘때면 반복되는 고질 민원이 있다. 원주시 시목(市木)인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민원이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가 밟히면서 역한 냄새를 풍겨서다. 은행나무 밑을 지난 때는 발걸음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원주시는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악취와 보행환경 저해를 사전에 방지해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고자 은행나무 열매 조기 제거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원주시가 심은 가로수는 3만3천800여 본이다. 이중 은행나무는 28%인 9천405본이 있다. 수나무가 6천644본이며, 암나무는 2천761본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은행나무는 심은 뒤 15년쯤 지나야 열매를 맺기 때문에 15년이 지나야 암나무와 수나무를 구분할 수 있다”면서 “원주시 시목이다보니 과거에 가로수로 은행나무를 많이 심은 것 같다”고 전했다. 열매를 맺는 건 암나무이다. 원주시는 열매가 바닥에 떨어지기 전 제거하기 위해 직영팀을 투입했다.

또한, 치악로(단구사거리∼영서고 삼거리), 서원대로(의료원사거리∼단구사거리), 강변로(태학교∼병영교) 등 주요 도로 7개 노선에 대해서는 2천여만 원을 투입, 전문업체에 맡겨 은행나무 열매를 제거하기로 했다. 7개 노선 전체 길이는 10.9㎞이며, 이 구간 내 은행나무는 202본이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매년 민원이 반복돼 더 이상 가로수로 은행나무를 심지 않고 있다”면서 “가로수로 심은 은행나무 암나무를 다른 곳으로 이식하고, 그 자리에 이팝나무 등으로 수종을 갱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원주시의회 정례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은행나무 민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던 장영덕 시의원은 “은행나무는 적절히 관리하면 가로수로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면서 “효과적인 은행나무 관리를 통해 쾌적한 도시경관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당부드린다”고 했다.

한편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민원은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은행나무가 공해, 병해충, 가뭄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적응력이 뛰어난 데다 자외선 차단과 공기 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단풍이 아름답게 드는 장점이 있어 가로수로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

안동시, 전주시, 인천 계양구 등은 진동 수확기를 투입, 은행나무 열매를 조기 채취하고 있다. 굴삭기에 장착한 진동 수확기로 나무에 진동을 일으켜 열매를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광주광역시 동구, 북구, 남구 등은 은행나무 열매 수집 전용 그물망을 설치했다.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지면 그물망에 걸린 뒤 아래로 내려와 하단부에 쌓이도록 설계돼 있다.

충주시는 은행나무 열매를 수확해 천연살충제로 활용하고 있다. 진동 수확기로 조기 수확한 뒤 과수농가에 제공해 천연살충제로 활용하는 것. 은행나무 열매에 빌보빌, 은행산 성분이 있어 살충 효과가 있다는 게 충주시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