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곡동 종축장 터 공연장 조감도.

“원주시에서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이렇게까지 전달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원주시, 원주시민들이 원하는 대로 해 드릴 준비가 되어 있고요”. 2018년 10월 24일 강원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최문순 도지사가 한 발언이다.

발언 요지는 강원도 소유이던 반곡동 종축장 터를 원주시가 원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약속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는 강원도에서 설립한 강원도개발공사가 막대한 부채로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행정안전부가 강원도개발공사의 부채비율을 360%에서 250%로 낮출 것을 요구하던 때였다.

다급해진 강원도는 종축장 터를 강원도개발공사에 현물로 출자해 부채비율을 낮추기로 했다. 대신 급한 불을 끈 뒤 종축장 터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원주시에서 원하는 대로 해 주기로 했다. 원주혁신도시 인근에 있는 종축장 터 6만1천500여㎡의 당시 감정가는 약 400억 원이었다.

종축장 터는 도유지이지만 원주에 있어 현물 출자에 앞서 원주시 승낙이 필요했다. 게다가 앞서 2차례 종축장 터 활용방안이 무산된 뒤라서 원주시민들의 감정이 상해 있을 때였다. 드라마세트장 추진, 명륜동 옛 원주여고와 종축장 터 교환이 무산된 이후 등장한 3번째 활용방안이 현물 출자였다.

강원도의 요구대로 현물 출자가 승인된 뒤 원주시는 종축장 터에 대형 공연장 건립을 요구했다. 강원 북부권에는 1천600석 규모의 춘천 백령아트센터가 있지만 강원 남부권에는 1천석 이상 공연장이 없어서였다. 원주혁신도시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서도 대형 공연장이 필요했다.

약속대로 강원도는 용역비 3억 원을 원주시에 지원, 대형 공연장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됐다. 이를 통해 타당성을 확보했으며, 1천7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300석 소공연장, 전시·창작 및 3세대 문화플랫폼을 조성하기로 했다.

원주시는 최 지사의 약속을 담보하기 위해 강원도, 강원도개발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강원도가 종축장 터에 공연장을 포함한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고, 강원도개발공사는 복합문화시설 조성을 위한 적정부지를 제공한다는 협약이었다. 원주시 관계자는 “협약서에 강원도가 직접사업으로 시행한다는 문구를 넣었다”고 전했다. 직접사업이란 강원도가 전적으로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후 강원도개발공사가 적정부지 대신 종축장 터의 일부(10%)만 제공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다행히 최근 강원도가 종축장 터를 강원도개발공사에서 강원도 재산으로 귀속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3자 협약 이후 2년 넘도록 대형 공연장 건립사업은 멈춰 있었다”면서 “종축장 터가 강원도 재산으로 귀속된 뒤 곧바로 대형 공연장 건립에 착수할 수 있도록 강원도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