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EBS 채널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영국의 윈스턴 처칠을 언급하는 내용에 눈이 멈추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조지프 나이의 "누가 리더인가?" 강연 중 한 부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질 수상에 대해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나 역시 막연히 정치인으로 승승장구 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실상은 전쟁 승리 후 치른 민주주의 선거에서 영국 국민이 처칠을 낙선 시켰다는 것이다. 살면서 정확히 몰랐던 사실을 새삼 알게 되는 즐거움과 동시에, 전쟁 영웅이며 영국 최고의 리더였던 처칠이 왜 전쟁 이후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강연은 이러한 의문을 풀어주는 내용이었다. 전쟁 이후의 영국은 전쟁 영웅이 아니라 국가 재건과 사회 보장, 복지 역량을 가진 새로운 리더를 원했다. 처칠 수상의 낙선은 종전 이후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리더의 몰락', 그 전형적 사례라 볼 수 있다. 

 리더를 지탱하거나 바꿀 수 있는 힘을 팔로워들에게 있다. 또한, 팔로워들이 시대정신을 만드는 주축임을 리더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 노동조합을 한번 들여다보자. 90년대 학생운동의 쇠락 이후 노동운동이 사회 변혁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노동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 노동자의 노동 여건과 처우 개선을 이끌어낸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어떤가? 최근 노동조합 관련 각종 언론기사의 댓글을 보면 정말 살벌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노동자 권익 이외에는 다른 사회 성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이기적인 이익집단화가 되어버린 모습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노조'라는 이름만 들어도 인상을 찌푸린다. 개혁의 주체가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노동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동조합 리더들이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쫓고 그것을 얻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낡은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은 노동계 거대 권력인 민주노총, 전공노와 치열한 여름을 보냈고, 조합원의 절대적인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그들과 결별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모두가 놀랐다.

 민주노총, 전공노와 결별한 것이 이렇게까지 대단한 일이 되어 버린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가입은 쉽지만 탈퇴는 거의 불가능한 구조의 높은 허들을 뚫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조합원의 생각 즉, 시대정신이었다. 

 민폐 노조가 아닌 시민과 함께하는 노조로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노동자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를 위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이 노동조합의 공멸을 막는 길이다. 이 일에 있어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찐리더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 길에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이 최선봉에 서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시민들 앞에서 당당히 실천해 보겠다.

문성호 원주시청 공무원노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