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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을 향하여… '모심과 섬김'

이기원의 역사 한 스푼-해월과 무위당의 삶 이기원 북원여고 역사교사l승인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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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저면 고산리 송골 마을 입구에 세워진 해월 최시형 추모비. 무위당 장일순 선생을 중심으로 치악고미술동우회 회원 22명이 뜻을 모아 건립했다. 추모비에는 '모든 이웃의 벗 최보따리 선생님을 기리며'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모든 이웃의 벗 최보따리 선생님을 기리며'

호저면 고산리 송골 마을 입구에 세워진 해월 최시형 추모비에 새겨진 글이다. 답사 안내를 할 때면, 동학교도에 대한 모진 탄압을 피해 보따리 하나만 메고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하룻밤 머물게 해준 집에서 마당도 쓸고 새끼도 꼬아주면서 동학의 불씨를 되살렸던 해월을 추모하는 마음을 잘 표현한 글이라 소개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했다고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무위당 장일순은 1990년 4월 12일 최시형 추모비 제막식 행사가 끝난 후, 행사에 참석 못 한 도반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추모비를 세운 이유와 제막식 준비 과정, 그리고 추모비에 새긴 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해월 선생은 삼경을 설파하셨어요.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의 이치를 볼 때 인간과 천지 만물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한울님으로 섬기고 공경하고 가셨기 때문에 모든 이웃이란 말로 하였고….

사람들 뿐 아니라 하늘과 만물 모두를 섬기고 공경했던 해월의 삶을 담아 '모든 이웃의 벗 최보따리 선생님을 기리며'란 글을 추모비에 새겼다. 경천, 경인, 경물의 삼경을 실천하며 살고자 했던 해월의 사상은 추모비 아랫돌에서도 확인된다.

'天地卽父母요 父母卽天地니 天地父母는 一體也니라'

▲ 1990년 4월 12일 호저면 고산리 해월 최시형 추모비 건립 현장.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추모비에 새긴 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무위당사람들)

'천지 만물이 곧 부모와 일체' 해월 핵심사상
무위당, 해월로부터 영향 '모심과 섬김' 실천

낳아준 부모만 부모가 아니라 천지 만물이 모두가 부모와 같다는 말로 해월 최시형의 삼경 사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글이다. 풀 하나 나락 하나도 천지 만물의 도움 없이 자라고 영글지 못하니, 천지 만물이 곧 부모와 일체라는 해월의 핵심 사상이다.

"이 땅에서 우리 겨레가 어떻게 살아갈까. 온 세계 모든 인류 어떻게 살아갈까. 정확히 일러주신 분이 해월 선생입니다. 이 겨레가 자주로써 사는 길이 무엇인가. 그 자주란 일체 평등 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해월은 가르치셨지요. 자주로써 사는 길을, 눌리고 억압받던 이 한반도 백년 역사에 그 이상의 거룩한 모범이 또 어디에 있겠어요."

장일순은 해월 최시형을 평생 스승으로 모시고 살았다. 해월의 이러한 삶에 깊은 영향을 받아 장일순은 '모심과 섬김'이라는 사상을 탄생시켰고, 이를 실천하였다. 그는 길을 걷다 만나는 길가의 좌판 장수, 리어카 채소 장수, 식당 주인, 농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사 이야기, 농사 이야기, 사는 이야기, 세상 이야기를 나누며 더불어 함께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장일순은 동학사상에 입각한 생명 운동으로 도시와 농촌의 공생을 추구하는 협동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한살림 운동'으로 이어졌다. '한살림 운동'은 농약과 화학 비료로 오염되지 않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도시와 농촌의 직거래를 통해 생명의 근원인 밥상을 지키자는 운동이다. 돌봄과 협동 속에 인간의 삶의 기반인 땅을 살리고, 천지 만물 모두 함께 살자는 '한살림 운동'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기원 북원여고 역사교사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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