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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론-원주문화를 말하다

삶을 오랜 미래로 이어주는 원주문화 김봉준 화가 오랜미래신화미술관장l승인20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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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원주로 낙향 한지 내년이면 30년이네요. 서울이 고향인 내가 다른 고향 만들려고 찾아든 산골은 원주에요. 사람보다 숲이 가까운 한적한 마을이 좋아서 정주했지요. 대도시에서 살다가 자연에 사니 처음부터 모든 게 낯설고 신기했어요. 산바람 맞으며 지붕 얹던 그때 가을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여기를 내 고향 해야지, 숲을 싸고도는 산 능선 바라보며 지은 집에서 마을주민 되었어요. 내가 오매불망 그리던 꿈속의 고향이에요. 비정하고 시끄럽고 매연 많은 욕망의 대도시와 다른 세상을 찾아온 거에요. 숲과 마을은 내게 싱그러움과 인정을 주는 곳이에요.

 원주는 마을문화가 아직도 살아있고 시내 나가도 막걸리 한잔 나눌 정든 벗들이 기다리는 곳이 되었어요. 원주 시내를 문막에서 들어가다 보면 멀리서 거대한 치악산부터 보여요. 갑자기 천 미터 높이로 우뚝 병풍처럼 펼쳐진 치악산이 나는 참 좋아요. 원주 산들은 다 좋아요. 산은 내게 위대한 어머니 대지에요. 숲길로 접어들면 저절로 깊은 숨들이시며 감사드려요. 내겐 숲은 신령한 성지랍니다. 산길 가다 곳곳에서 만나는 신성한 힘이 나를 편하게 안아줘요. 

 나는 원주의 산림문화를 좋아해요. 치악산 꿩 설화는 단순한 충효설화가 아니고 아주 오래된 토탬신화에요. 원천석이 조선왕 태종의 부름을 거역하고 산림으로 숨었다는 이야기는 원주의 통쾌한 사림의 정신이 되었어요. 부론의 손곡리는 조선의 두 문호 허난설헌과 허균을 키운 이달 시인이 사셨던 곳이고요.

 원주 주민은 나라가 도탄에 빠졌을 때 같이 아파하며 의병을 일으켜 싸웠고, 일제식민지와 6.25전쟁을 거치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폐허에서 일어났어요. 이 작은 도시에서 여운형 선생이 이끈 건준위가 나타나고, 4.19정신이 계승되고, 반유신투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신기했어요. 지학순 장일순 박경리 김지하 박재일 등 현대의 거인들이 원주에서 나온 것이 자랑스러워요.

 정부가 복지를 무시할 적에 먼저 주민신협을 일으키고, 동학의 해월 선생을 다시 해석해 생명가치로 계승했어요. 생명순환 먹거리유통 한살림도 원주에서 시작하였으니 이어지며 달려온 주민자치 생명운동이 대단해요. 원주가 괜히 인권과 생명의 도시가 아니에요. 

 내가 사는 문막 일당산자락은 해월 최시형 선생이 강원도로 피신해서 마지막 가정 살림을 사신 곳이랍니다. 이곳에서 처자와 생이별하며 호저로 다시 숨어들지만 관군에게 피체되셨어요. 그리고 일당산 끝자락에는 천년 은행나무가 살고 있어요. 문화는 정치 경제와 달리 유장한 강처럼 길고 긴 삶의 노래에요. 정치와 경제는 오늘을 살피지만 문화는 어제와 내일까지 이어서 이야기해줘요. '원주, 문화를 말하다'에선 이어온 원주문화의 숨은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래요. 수십년 살다보면 원주 인문지리에 깃들었을 시련과 꿈도 이야기하고 살리고 싶은 원주문화 이야기도 같이해요. 여기서 원주문화를 함께 이어 달리며 말해봐요.

 조선 초 원천석을 치악산이 숨겨주고 품었던 것처럼, 이달의 손곡리 마을도 그렇고, 해월이 숨었던 일당산도 그래요. 여긴 반란을 품어 변혁을 잉태해 온 곳이래요. 오늘날에 와선 인권과 생명의 도시로 거듭났으니까요. 겨울에 죽은 어미 풀 덮고 자라난 봄날 새싹처럼 자연을 닮은 인문지리가 원주는 숨 쉬네요.

 나는 일당산자락에 기어들어 신화미술관 세우고 어버이 대지를 상징하는 테라코타를 빚었어요. 그때 일당산 산신할배상을 해월상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나는 일당산 동쪽에 사는 데 해월 선생이 일당산 서쪽에서 마지막 살림을 사셨는지 몰랐더랬어요. 선생은 훗날에 나를 찾아오신 거 같아요. 신화미술관에 좌정하고 싶으셨나 봐요.

 원주는 생태인문지리가 살아있어서 역사문화를 이어가며 만나게 해요. 고려의 절터가 아직도 의연해요. 나는 고향을 바꿔서 나를 바꾸었고 예술도 바꿨어요. 원주, 그 신성한 숲의 힘에서 큰 음덕 받아요.


김봉준 화가 오랜미래신화미술관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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