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군도제에서 군인들이 시가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원주역사박물관)

원주시역사박물관에서 '원주 최초의 시민 축제 군도제' 기획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1971년 4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군도제는 1회로 끝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단 한 차례 열리고 중단되어버린 '군도제'에 붙은 '원주 최초의 시민 축제'란 타이틀은 어울리는 것일까?

6.25 전쟁 이후 군사도시로 재편된 원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축제가 '군도제'였다. 전야제를 시작으로 사흘간 진행된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성화여고 500여 명 학생들의 신라 화랑 복장의 마스게임, 대성고 200여 명의 역대 군장 놀이, 1군사령부 군악 의장대 시범 연주, 육군본부 국악대 시범 연주, 원주고, 원주여중, 원주여고, 대성고 학생들의 역대 군복 가장 행렬, 원주 보건소 광장에서 열린 국군 아저씨 그리기, 원성군청 앞 반공 포스터전, 군인극장 앞 병기 전시회, 예비군 줄다리기 대회….

지역 종합축제를 지향하면서 군·관·민의 화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군과 관이 주도했던 축제였다. 군도제 기념식에 참가한 백두진 국무총리는 박정희 대통령 찬양과 정부 업적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30분 이상 연설하고 마지막에 "이만 간단히 끝내겠다."고 해서 공설운동장을 가득 메운 군인, 학생, 시민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는 신문 기사(동아일보 1971.4.12.)로 미루어 정부 정책 홍보를 앞세웠던 축제이기도 했다.

1970년대는 온전한 시민 축제가 가능한 시대가 아니었다. 5.16 군사 구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는 유신 헌법을 선포해 영구 집권의 길을 열었다. 반대와 비판이 허용되지 않던 시대에 시민은 주가 아닌 객이었다. 1971년 열린 원주 '군도제'도 마찬가지였다.

군사도시 재편 원주, 상징적으로 보여준 축제
유신시대, 군과 관 주도 시민은 주인 아닌 객

▲ 1971년 4월 10일 군도제 경축식에서 대성고 학생들이 선보인 역대 군장놀이. (사진 제공: 원주역사박물관)

축제 날짜도 여러 차례 변경되었다. 이유는 서울과 강릉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기공식 날짜와 맞추어 개최하려고 일정을 미루고 또 미루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군도제 행사에서 마스게임, 역대 군장 놀이, 군복 가장행렬을 했던 중·고등학생들은 행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야 했을까? 일정이 차일피일 미루어지면 연습 또한 길어질 수밖에 없었을 텐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지나치게 군사 문화의 이미지만 부각했다는 비판 속에서 '군도제'는 중단되었다. 하지만 이후 축제에서 군사도시 원주의 이미지는 다른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군사 문화, 전쟁이라는 이미지 대신 평화의 이미지가 강조되었다.

'2000 세계 평화 팡파르'는 군대 음악이 평화를 전해줄 수 있다는 의도로 기획된 행사였다.  6·25 전쟁 당시 참전했던 각국 군인들은 총이 아닌 악기를 들고 원주를 다시 찾았다. 이후 축제 용어는 '원주국제따뚜'로 변경되었다. '원주국제따뚜' 축제가 성공적으로 이어지면서 2006년 종합운동장 옆에 3층 규모의 원주따뚜 전용 야외 공연장이 건립되었다.

2010년 세계 군악 축제인 '원주따뚜'가 폐지되고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군과 함께하는 다이나믹 원주 페스티벌'로 명칭을 변경하여 따뚜 공연장을 활용하였다. 이후 군사 문화 축제를 상징하는 '따뚜'라는 명칭이 사라지고 '원주 다이내믹 댄싱 카니발'로 명칭이 변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