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복 후 강원감영에 출장소를 설치하고 도청 업무를 처리한 강원도청은 1953년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방한을 환영하는 대형 현판을 세웠다.

원주시 역사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 사진전 '한국전쟁 그리고 원주' 자료집에 실린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 아래에 <'IKE를 환영합니다' 현판 1953년: (현) 강원감영 포정루> 라고 나와 있다. 포정루 앞에는 성조기와 태극기가 교차 게양되었고, 대형 현판에는 'WELCOM IKE!'란 글씨가 적혀있다. IKE를 환영한다고? IKE가 무슨 뜻일까? 사전을 찾아도 구글 번역기를 돌려도 답이 없었다.

대형 현판 좌우로 세로 현판도 세웠다. 사진 오른쪽에는 '한미양국의 결속은 자유세계의 결실'이라 썼고, 왼쪽에는 '삼천만은 환영하자 아원수의 방한을'이라 썼다. '아원수'의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 '아원수'는 누구일까? 성조기가 걸려 있고, 한미 양국의 결속을 강조하고 있으니 아원수는 미국의 최고 통치자, 대통령이 될 것이다. 아로 시작하는 미국 대통령이 누가 있었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있었다.

다시 대형 현판으로 돌아가 보자. IKE가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아이젠하워를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Dwight David Eisenhower'라고 나온다. 이니셜 IKE와는 거리가 멀다. DDE라면 몰라도 IKE는 아니다.

그러다 문득 이니셜이란 단어에 관심이 갔다. 아이젠하워를 상징하는 이니셜이 따로 있었나?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검색창에 '아이젠하워 이니셜'을 입력하고 검색을 했다. 혹시나 시작한 검색에서 정답이 나왔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따르는 미국인들은 별명을 IKE로 불렀다고 한다. 당시 미국인들이 아이젠하워를 향해 "We like Ike!"라고 외쳤다고 한다. 관련 사진도 있었다.

강원도청, 방한 아이젠하원 대통령 환영 현판 게시
제1야전군사령부 이전 캠프 롱 설치 군사도시 재편

▲ 현재의 강원감영 포정루. 선화당과 함께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국 전쟁에서 원주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제천과 충주로 연결되는 중앙선 철도와 도로가 원주를 지나갔기 때문에 중부 일대의 철도와 도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주를 장악해야 했다. 1951년 1.4 후퇴 이후 원주에서 밀려난 UN군 주력부대는 안성, 평택까지 후퇴했다.

원주 함락 이후 미군, 프랑스군, 네덜란드군, 한국군은 총공세를 전개해서 원주를 탈환하고, 북한군과 중국군의 남하를 차단했다. 이것이 원주 전투였다. 원주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전선은 38선 북쪽 철원, 김화, 화천, 인제, 양구, 고성, 양양 일대로 이동했다.

1953년 강원감영 현판에는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방한을 환영하는 대형 현판이 붙었고, 성조기가 걸렸다. 그런데 왜 강원감영 앞이었을까? 1.4후퇴 이후 부산까지 피난 갔던 강원도청은 수복된 원주에 출장소를 설치하고 도청 업무를 처리했다. 1951년 4월부터 1953년 7월까지였다. 도청의 업무를 처리했던 감영 앞에 아이젠하워 방한 환영 현판이 붙었다. 좌우 현판 아랫부분에 강원도 글자는 강원도청에서 세웠음을 알려준다.

한 장의 사진 속에는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강원감영 앞에 걸린 대형 현판과 성조기는 한국전쟁 이후 원주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양구에 있던 제1야전군 사령부가 원주로 이전되고, 미군 주둔지 캠프 롱(Camp Long)이 설치되었다. 6.25 전쟁 과정에서 전략 요충지였던 원주는 군사 도시로 급격하게 재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