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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아래 서면 시 한 구절이…

이기원의 역사 한 스푼-추월대와 관찰사 이민구 이기원 북원여고 역사교사l승인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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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월대가 있는 남산 산동네. 옛 원주문화원 건너편이다.

원주 남산에 가면 추월대가 있다. 원동에 있는 옛 원주문화원 건너편 골목길을 올라가면 원주 시내가 환하게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다.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확 트인 경관이 좋아 달빛 눈부시게 쏟아지는 날 추월대 곁에 서면 시 한 구절이 절로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강원도 관찰사 이민구가 이름 붙였다고 전해지는 추월대. 이민구는 '등추월대(登秋月臺)'란 시도 남겼다. 원주시와 원주문화원이 1995년 추월대 기념비를 세우기 전 이곳에는 이민구의 시가 적힌 함석판이 있었고, 그보다 훨씬 전 6.25 전쟁 무렵 이곳에는 목 잘린 불상과 비석들이 있었다고 한다.

남산 추월대가 알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관찰사 이민구였다. 강원도 관찰사로 근무하면서 '등추월대(登秋月臺)'란 시를 남겨 추월대 하면 자연스럽게 시향을 떠올릴 수 있도록 품격을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저술을 좋아해서 4천여 권의 책을 썼다는 추월대 옆 안내판 내용을 읽으면 관찰사 이민구의 인품도 미루어 짐작이 된다.

실제로 그랬을까? 이민구가 관직에 있었을 때가 인조 때였다. 인조는 병자호란에서 패해 청 황제 앞에 굴복했던 임금이다. 병자호란 무렵 이민구는 검찰부사로 임명되어 강화도로 들어갔다. 검찰사 김경징과 더불어 빈궁과 왕자들을 호위하고 강화도로 들어가 강화도의 민정과 방어를 책임지는 역할이었다. 인조 자신도 강화도로 피하고 싶었지만 예상 밖으로 빠르게 내려온 청군에 막혀 남한산성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강화도로 들어간 검찰사 김경징과 검찰부사 이민구는 날마다 잔치를 열고 술잔을 기울였다고 <병자록>에 기록되어 있다. 수전에 약한 청군이 강화도를 공격할 수 없을 거란 판단에 방비도 게을리하고 잔치판에 탐닉한 것이다. 안전한 강화도에서 오래 버티기 위해 전란에 휩싸인 육지 고을에서 곡식을 운반해오는 것에 온 관심을 쏟았다.

▲ 남산 봉우리 동북쪽 능선 끝에 위치한 '추월대(秋月臺)' 기념비. 원주시와 원주문화원이 1995년 세웠다.

인조 때 강원도 관찰사 이민구 '등추월대' 남겨
1995년 원주시·원주문화원 추월대 기념비 건립


남한산성에 머물고 있던 조정에서는 이민구를 충청감사로 임명했다. 충청감사 정세규가 근왕병을 이끌고 전투에 참여했다가 전사했기 때문이다. 강화도를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한 이민구는 충청부사로 부임하는 것을 갖가지 수단을 다 동원해서 회피했다. 그러면서 강화도를 방어하기 위한 임무에서도 손을 놓고 있었다.

수전에 약할 것이라고 믿었던 청은 강화도를 공격했다. 남한산성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선 강화도를 먼저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청군은 나는 듯이 바다를 건너 강화도에 상륙했고 방비에 손을 놓고 있던 강화도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김경징과 이민구는 나룻배를 타고 도주했다. 청은 강화도에 있던 빈궁과 왕자들을 인질로 남한산성에 머물고 있던 인조에게 항복을 강요했고, 인조는 요구를 받아들여 남한산성에서 나와 삼전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직후 임명된 강화도에서 보여준 이민구의 삶을 보면 추월대도 이민구의 시 구절도 달리 보인다.

관아에 한가한 날 많아서/ 다시 남대의 가을 경치 감상하네/ 유람한 때 언제던가/ 아득히 묵은 자취에 시름하네/ 하늘 높고 남은 해 저물어가니/ 들녘 바람 소리 날로 스산하네


이기원 북원여고 역사교사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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