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강원감영 선화당에서 개최한 사진전에서 촬영 과정을 설명하는 신동필 작가(왼쪽).

한·일역사 관통 다섯 가지 쟁점
17일까지 강원감영 선화당 전시

광복 76주년을 나흘 앞둔 지난 11일 강원감영 선화당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신동필 사진작가가 'NO JAPAN'이라는 타이틀로 마련한 다큐멘터리 사진전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신 작가의 사진은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보는 한·일현대사'라는 부제답게 지난 25년 양국의 관계 그 중심을 관통한다. 다섯 가지 쟁점으로 정리한 그의 사진 속에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일본 교토의 빈민촌에서 외롭고 고달프게 살아가는 강제징용공 및 원폭피해자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담겨있다.

신 작가가 25년에 걸쳐 그들의 외침, 소송과 투쟁과정, 이국땅에 방치된 그들의 아픈 현실을 기록한 사진들이다. 피폭자들의 증언과 한국에서의 소송과정, 재일동포 1세대의 증언이 담긴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 2019년 10월 오사카역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시민단체와 재일동포 그리고 방일한국인들의 집회.

선화당 내에 전시된 60여 점의 흑백사진에 시선을 고정한 시민들 얼굴에는 때로는 심각함이, 때로는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한성수(50·단계동) 씨는 "일제의 강점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고 사는 종군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교육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아이를 데리고 다시 전시회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회변혁운동 등의 현장을 앵글에 담아 온 신 작가가 종군위안부와 강제징용공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IMF 직후 일본으로 건너 간 1997년부터다. 나고야에 머물며 일본의 사회문화를 앵글에 담을 생각이었지만 재일동포 1세대의 집단 거주지역인 교토 히가시규조 40번지의 존재를 우연히 알게 된 후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2년 전 빈민촌이 철거되기 전 신 작가가 재일동포 1세대들의 증언과 영상을 담은 기록들은 1999년 12월 '교토40번지'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전시돼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당시 전시 개회식에는 특별한 손님도 찾아왔다.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표해 '아픔을 함께 한다'는 취지로 문명금, 김순덕 할머니가 휠체어에 의지해 전시장을 찾은 것. 그 때를 계기로 신 작가는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 202년 제주인권캠프, 배춘희 할머니 장례식 등을 찾아다니며 할머니들의 외침을 기록했다.

▲ 2012년 6월 27일 토쿄 신주쿠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폄하하는 일본우익단체들의 시위.

2000년부터는 합천의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중심으로 히로시마에 거주하는 조선인 원폭피해자와 미쯔비시중공 강제징용공 및 원폭피해자들의 소송과 투쟁과정도 카메라에 담았다. 무려 18년간 진행된 재판으로 원고 측 피해자들이 모두 사망하고 그 유가족들이 재판을 지속해 2018년 결국 대법원에서 배상판결을 받아 낸 사건이다. 

이밖에도 재일 조선학교와 그 곳에 다니는 학생들, 1941년 일본 체신청 비행장 건성을 위해 강제 징용됐다가 거주지역이 철거위기에 놓이면서 국내에도 조명된 우지시 우토로 51번지 거주 한인들과 그 후손들의 모습도 그의 사진 속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재일 조선학교는 2009년 첫 사진집 출판과 전시 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충작업을 진행, 변모한 환경과 성장한 학생들의 모습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최초 공개했다.     

대학원에서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하면서 '사진은 기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신 작가는 "우리 민족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역사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며 "지치지 않고 지난 25년간 소외된 이들의 모습을 통해 한·일현대사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밝혔다.

▲ 원폭 피해자 박귀목 할아버지. 2002년 촬영한 사진이다.

"일제강점기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지금까지 그 영향은 국내외 한민족의 삶 전체에 미치고 있다"고 언급한 신 작가는 "무엇보다 일제강점기 불행한 역사를 넘어 현재 한·일간 심각한 외교 분쟁으로 국민들 간의 감정대립이 첨예하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일문제를 알고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나 해결책은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진전이 한일 양국의 현대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맹목적이거나 감성적인 민족주의는 피해야 한다"며 경계한 신 작가는 "우리 스스로 피해의식에 매몰되기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알고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강원민예총 원주지부 사진미디어위원회 기획초대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오는 17일까지 강원감영 선화당에서 만날 수 있다.